동남아 여행 경고등… 인도네시아서도 한국인 잇따르는 납치·감금 사건

동남아시아 국가 지도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최근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한국인 피살 사건으로 인해 동남아시아 지역 여행에 대한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취업 사기를 미끼로 한 조직적 범죄 외에도, 평범한 여행객을 노리는 납치 및 감금 사건이 생각보다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세계적인 휴양지로 각광받는 인도네시아에서도 관련 사건이 끊이지 않아 여행자들의 경각심이 절실한 상황이다.

“택시인 줄 알았는데”…일상 속에 도사리는 납치의 그림자

지난 10월 18일 자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자는 2001년 인도네시아 롬복(Lombok) 섬을 여행하던 중 아찔한 납치 위기를 겪었다. 당시 길리(Gili) 섬으로 향하기 위해 항구로 이동하던 그는 택시에 탑승했다. 그러나 차량은 목적지인 항구가 아닌, 인적이 드문 산기슭으로 방향을 틀었다.

본능적인 위협을 감지한 기자는 차가 소달구지를 피해 서행하는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헬프 미(Help me)!”를 외치며 차량에서 뛰어내렸다. 필사적으로 인가를 향해 달려가자, 잠시 머뭇거리던 차량은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만약 정식으로 허가받은 택시였다면 승객을 두고 달아날 이유가 없었다. 당시 길리 섬의 유일한 교통수단이 우마차였던 점을 감안하면, 애초에 비정상적인 접근이었던 셈이다.

당시 길리섬에서는 우마차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사진/성연재 기자]
  • 당시 길리섬에서는 우마차가 유일한 교통수단이었다. [사진/성연재 기자]

이처럼 해외에서 벌어지는 납치는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예기치 못한 순간에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현실적인 위협이다.

몇 년 후, 기자는 회사 후배로부터 더욱 구체적이고 충격적인 사례를 전해 들었다. 후배의 남편 역시 인도네시아에서 납치되었다가 풀려난 경험이 있었던 것이다.

여행사 지사에서 근무하며 신규 여행 상품 개발을 위해 인도네시아의 한 오지를 탐사하던 그는 동료 2명과 함께 괴한들에게 납치됐다. 납치범들은 1인당 2,000만 원이라는 거액의 몸값을 요구하며 이들을 위협했다. 다행히 전문 협상가(Negotiator)가 긴급 투입되어 끈질긴 협상을 벌인 끝에, 수백만 원의 몸값을 지불하고 나서야 무사히 풀려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담들은 인도네시아와 같은 동남아 지역 여행 시, 여행객들이 언제든 범죄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백히 보여준다.

당시 기자가 자카르타에서 현지 특파원을 통해 “그 여행 경로는 현지인조차 위험해서 가지 않는 곳”이라며 단호하게 경고했다. 이 한마디는 안전 정보 없이 떠나는 여행이 얼마나 무모한지를 일깨우는 교훈으로 남았다.

여행 전문가들, “위험 요소 사전 숙지가 안전의 첫걸음”

여행 전문가들은 낯선 여행지, 특히 치안이 불안정한 지역에서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철저한 안전 수칙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낯선 이가 건네는 음료나 음식을 무심코 받아 마시거나, 공식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택시 및 개인 차량에 탑승하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라고 강조한다.

호주의 저명한 여행 정보 매체 ‘스마트 트래블러(Smart Traveller)’는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납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인 행동 지침을 숙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주변 환경과 개인 안전에 대한 지속적인 경계 유지: 항상 주변 상황을 주의 깊게 살피고 위험 요소를 사전에 인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의를 분산시키는 행동 자제: 보행 중 스마트폰을 보거나 이어폰을 끼는 등 주변 상황 파악을 어렵게 만드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

숙소 보안 상태 사전 점검: 예약 전 숙박 시설의 잠금장치, CCTV 설치 여부 등 보안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는지 확인한다.

예측 불가능한 동선 유지: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를 방문하는 등 일정한 이동 패턴을 만들지 않도록 동선을 다양화하는 것이 좋다.

외딴 지역 단독 방문 금지: 특히 혼자 여행할 경우, 인적이 드물고 고립된 장소는 피해야 한다.

재산 및 사업 관련 대화 금물: 여행 중 만난 사람에게 자신의 재정 상태나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이야기하는 것은 범죄의 표적이 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개인정보 온라인 노출 최소화: 소셜 미디어(SNS)에 실시간 위치 정보나 상세한 개인 신상을 노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대부분의 일반 여행자 보험은 납치나 몸값(Ransom) 지불과 관련된 항목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위험 지역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특수 보험 가입 여부를 별도로 확인하는 것이 현명하다.

외교부의 여행경보단계를 사전에 확인하고, 현지 대한민국 대사관의 연락처를 반드시 숙지하는 등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 안전한 여행의 전제 조건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동포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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