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의 산책 -사심-
2.
숨이 턱턱 차오를 만큼 강력한
태양을 마주하며,
달리는 차들과 함께 도로 위를 걷기 시작한다.
중간중간,
무인도처럼 불쑥 솟아오른 인도를 반갑게 맞이하며 걷다가도
아차! 하는 순간, 발을 헛디뎌
태초의 땅속 깊숙한 어딘가로 빨려 들어갈 듯
컴컴하게 입을 벌린 화산 둘레를 탐험하듯,
아찔하게 벌어진 틈 사이를 지나게 된다
그러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정성스레 박힌 돌들이
꽃처럼 정돈된
꽃길 위를 걷고 있다
시작 노트:
연작시 「다섯 번의 산책」 중에서 두 번째 장면이다. 인도네시아 여느 도시가 그렇듯, 자카르타의 도로에도 차도와 인도의 구분이 명확지 않다. 그럼에도 당연하다 싶은 길이지만 “무인도처럼 불쑥 솟아오른 인도를 반갑게 맞이하며” 인생길의 동반자처럼 여긴다. 하지만 어디 삶이 그리 만만하랴? “아차! 하는 순간, 발을 헛디뎌/ 태초의 땅속 깊숙한 어딘가로 빨려 들어갈 듯/ 컴컴하게 입을 벌린 화산 둘레를 탐험하듯/ 아찔하게 벌어진 틈 사이를 지나게 된다” 그러나 정신 차리고 보면, 삶이 다 그러하지 않다는 듯 “꽃처럼 정돈된 /꽃길 위를 걷고 있”는 나와 만나게 되는 것이다. 아마도 그 꽃은 내가 당신을 모를 때 미리 피어있었을 것임을. 글: 김주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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