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9월(#SeptemberHitam)’, 인도네시아의 잊히지 않는 비극

‘검은 9월(#SeptemberHitam)’ 희생자들

X(구 트위터) 중심 확산… 인권 침해 역사에 대한 집단적 저항의 상징으로 부상

9월에 들어서면서 인도네시아(Indonesia)의 소셜미디어(SNS)가 ‘#SeptemberHitam(검은 9월)’ 해시태그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X(구 트위터)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한 이 해시태그는 인도네시아 실시간 트렌드 최상위권을 장악하며, 단순한 온라인 유행을 넘어선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검은 9월’은 인도네시아 현대사에 깊게 새겨진 인권 침해와 비극적 사건들을 기억하고, 미해결 과제에 대한 정의를 촉구하는 시민들의 집단적 저항의 상징으로 부상하고 있다.

‘검은 9월’의 배경: 피로 물든 비극의 역사

‘검은 9월(#September Hitam)’은 특정 달에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국가 폭력과 미해결 사건들을 추모하기 위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용어다. 이 캠페인이 기억하고자 하는 주요 사건들은 인도네시아 사회에 깊은 상처를 남겼으며, 그 진상 규명은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1. 군부 독재와 민주화 탄압의 상흔

 9·30 사태(G30S, Gerakan 30 September): 1965년 9월 30일 발생한 이 사건은 군부 쿠데타의 빌미가 되어 수십만 명에서 수백만 명에 이르는 공산주의자 및 동조자에 대한 대규모 학살로 이어졌다. 인도네시아 현대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 탄중 프리옥 비극(Tragedi Tanjung Priok): 1984년 9월 12일, 자카르타(Jakarta) 북부 탄중 프리옥(Tanjung Priok) 항구 지역에서 군부가 이슬람 신도들의 시위를 유혈 진압한 사건이다. 정부의 공식 발표보다 훨씬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며, 국가 폭력의 잔혹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 스망기 II 비극(Tragedi Semanggi II): 1999년 9월 24일, 군대 및 경찰의 역할을 규정한 법안에 반대하던 대학생 시위대를 향해 군경이 발포하여 다수의 희생자를 낳은 사건이다. 이는 1998년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스망기 I 비극’과 함께 민주화를 향한 열망이 어떻게 억압되었는지를 보여준다.

2. 인권운동가 탄압과 끝나지 않은 투쟁

 무니르 살해 사건(Kasus Pembunuhan Munir): 인도네시아의 저명한 인권운동가 무니르 사이드 탈립(Munir Said Thalib)이 2004년 9월 7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Amsterdam)으로 향하던 비행기 안에서 비소 중독으로 독살당한 사건이다. 사건의 배후에 정보기관이 연루되었다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으나,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여전히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다.

 살림 칸칠 피살 사건(Kasus Pembunuhan Salim Kancil): 2015년 9월 26일, 동부 자바(Jawa Timur) 주 루마장(Lumajang) 지역에서 해안 모래 불법 채굴에 반대하던 농민 운동가 살림 칸칠(Salim Kancil)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사건이다. 이는 환경 파괴에 맞서 싸우는 시민운동가들이 직면한 폭력과 위협을 상징한다.

 #개혁은부패했다(#ReformasiDikorupsi) 시위: 2019년 9월, 부패방지위원회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법 개정에 반대하며 전국적으로 일어난 대규모 시위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여러 명의 학생과 시민이 사망했으며, ‘검은 9월’의 비극적 역사가 현재진행형임을 각인시켰다.

온·오프라인으로 번지는 연대와 저항의 물결

올해도 9월 1일부터 ‘#SeptemberHitam’ 해시태그는 X의 인도네시아 실시간 트렌드 최상위권에 머물렀다.

네티즌들은 이를 통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과거사 청산에 미온적인 정부의 태도를 강력히 비판하며 온라인 연대를 구축했다.

이러한 온라인상의 목소리는 오프라인 행동으로 이어졌다. 인권 단체와 시민들은 스망기(Semanggi) 비극 현장과 인권운동가 무니르(Munir)의 묘소를 참배하는 등 전국 각지에서 추모 행사를 열었다.

특히 족자카르타(Yogyakarta)에서는 ‘검은 9월’을 주제로 한 거리 시위가 열려, 국가 폭력에 대한 저항의 의미를 되새기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집단 망각’에 맞서는 기억 투쟁… “정의 없는 역사는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SeptemberHitam’ 캠페인이 단순히 과거의 사건을 환기하는 것을 넘어, ‘국가적 집단 망각’에 대한 시민 사회의 강력한 저항이라고 분석한다.

정부 주도의 역사 왜곡과 망각 강요에 맞서, 시민들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스스로 역사를 기록하고 공유하며 정의를 요구하는 ‘기억 투쟁’의 장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 해시태그는 현재에도 계속되는 시위대와 시민운동가에 대한 억압이 실재하는 위협임을 상기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정의가 실현되지 않는 한 암울한 역사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다. ‘검은 9월’ 캠페인은 인도네시아 시민 사회가 역사를 잊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강력한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기사가 정보에 도움이 되셨는지요? 기사는 독자 원고료로 만듭니다. 24시간 취재하는 10여 기자에게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 인도네시아 BCA 0657099868 CHONG SUN * 한국 계좌번호 문의 카톡 아이디 haninpost

*기사이용 저작권 계약 문의 : 카톡 아이디 hanin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