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인니 ‘불균형’ 무역 합의… 中 “대화로 풀어야” 비판 속 전문가는 ‘탈중국’ 포석 분석

인니, 대미 수출 19% 관세 부담 속 美 제품은 ‘무관세’… 195억 달러 규모 구매 약속도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간에 체결된 파격적인 무역 합의가 글로벌 무역 지형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인도네시아산 제품에 19%의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미국산 제품은 무관세로 인도네시아 시장에 진입하도록 하는 이번 합의에 대해 중국 정부가 공식적인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표면적인 불공정성에도 불구하고, 이번 합의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인도네시아의 치밀한 지정학적·경제적 전략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 中, ‘불공정 합의’에 공식 우려 표명… “대등한 대화로 해결해야”

중국 정부는 이번 합의가 자국에 미칠 파장과 국제 무역 질서에 대한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6일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의 입장은 경제 및 무역 분쟁의 당사자들이 동등한 대화와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을 항상 강조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특정 국가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합의가 아닌, 모든 국가가 상생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중요하다고 역설하며 “중국은 각국이 국제 경제 및 무역 협력을 위한 우호적인 환경을 함께 조성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이러한 반응은 미국산 제품이 거대한 인도네시아 시장에 무혈입성하는 길을 열어준 반면, 인도네시아는 여전히 높은 관세 장벽에 직면해야 하는 합의의 ‘불균형’ 구조에 기인한다.

이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경제적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려는 중국의 입장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 파격적 합의의 구체적 내용… ‘관세 불균형’과 ‘대규모 구매’

이번 합의의 핵심은 양국 간의 비대칭적인 관세 구조다. 기존 32%에 달했던 인도네시아산 제품의 대미 수출 관세는 19%로 인하되지만, 미국산 제품은 인도네시아로 수입될 때 관세가 전면 철폐된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는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구매를 약속했다. ▲150억 달러 상당의 에너지 ▲45억 달러 규모의 농산물 ▲보잉 777 기종을 포함한 신형 항공기 50대 등 총 195억 달러(약 27조 원)에 달하는 구매 약정이 합의에 포함됐다.

이는 인도네시아가 관세 인하의 대가로 미국에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보장한 것으로, 양국 관계의 전략적 전환을 시사한다.

다만 항공기를 구매할 주체가 어느 항공사인지는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았다.

■ 전문가들 “인도네시아의 ‘탈중국’ 거대 전략”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를 단순한 무역 협정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에서 ‘포스트 차이나’ 시대를 겨냥한 인도네시아의 전략적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그룹 나티시스(Natixis)의 애널리스트 트린 응우옌은 “이번 합의는 글로벌 공급망의 중국 이탈 및 산업 재배치 기회를 선점하려는 인도네시아의 강력한 의도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분석은 양국의 무역수지 데이터로 뒷받침된다. 인도네시아 통계청(BPS)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대중 무역적자는 80억 2,000만 달러에 달하며 갈수록 악화되는 추세다. 반면, 같은 기간 대미 무역에서는 19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인도네시아 입장에서 미국은 무역수지상 훨씬 이익이 되는 파트너인 셈이다. 이번 195억 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 구매 약속은 이러한 무역 흑자를 일부 상쇄하며 양국 간 무역 균형을 맞추고, 경제 동맹 관계를 강화하려는 고도로 계산된 조치라는 분석이다.

트린 응우옌은 또한 이번 합의가 프라보워 신정부의 경제 정책 기조 변화를 명확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전임 조코 위도도 정부가 니켈 등 광물 자원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하류산업(downstream)’ 육성에 집중했다면, 프라보워 정부는 고용 창출 효과가 큰 노동집약적 제조업 부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 노동력의 상당수가 비공식 부문에 종사하는 현실에서, 제조업 육성은 과잉 노동력 문제를 해결할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

■ 남은 과제와 지정학적 함의

물론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몇 가지 위험 요소를 지적한다. 가장 큰 우려는 중국 등 제3국에서 생산된 제품이 인도네시아를 통해 미국으로 우회 수출(transshipment)될 가능성이다.

이 경우, 미국은 여전히 높은 관세를 부과할 수 있어 합의의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제조업 수출품의 원부자재 상당 부분이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구조적인 도전 과제다.

또한, 트린 응우옌은 “이미 값싼 중국산 제품이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을 잠식하며 자국 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경고하며, 실질적인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경직된 노동시장 규제 완화, 불안정한 전력 공급 문제 해결, 인프라 개선 등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인도네시아 전략·경제행동연구소의 로니 P. 사스미타 연구원은 19% 대 0%라는 관세율이 표면적으로 불공정해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국제 무역정책은 지정학적 정책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상대방이 하나를 부과하면 우리도 하나를 부과하는’ 식의 상호성 원칙만이 능사가 아니다”라며, “이번 합의는 인도네시아가 얻을 수 있는 비교우위와 장기적인 국익을 종합적으로 계산한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결론적으로, 이번 미-인니 무역 합의는 단순한 경제 협력을 넘어,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동남아시아의 맹주를 자처하는 인도네시아가 자국의 생존과 번영을 위해 선택한 대담한 외교적 승부수로 해석된다.

합의의 성공 여부는 향후 인도네시아의 내부 개혁 의지와 복잡한 국제 정세의 변화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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