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美 제품은 무관세, 인니산엔 19% 관세… 프라보워-트럼프 통화 후 ‘불평등’ 파문

트럼프 미국 대통령.2025. 사진 미백악관

이 콘텐츠는 구독자 전용입니다.

이 콘텐츠를 열람하려면 구독해 주세요. 구독신청만 하셔도 결제없이 24시간 열람이 가능합니다.
이미 구독 중이면 로그인하세요 Login

프라보워 “상호 이익의 새 시대” 자평 속… 자국 산업 보호 우려 고조 및 경제 종속 논란 심화

[자카르타=한인포스트]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전화 통화를 갖고 양국 간 무역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격상시키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산 제품에 대한 전면적 무관세와 인도네시아산 제품에 대한 19%의 고율 관세 부과를 골자로 하는 이번 합의가 공개되면서, 인도네시아 내에서는 ‘현대판 불평등 조약’이라는 비판과 함께 향후 경제에 미칠 파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 라디오 한인포스트 방송 듣기

‘상호 이익’ 강조한 정상 간 통화…이면에 드리운 관세 불균형

프라보워 대통령은 지난 16일, 자신의 공식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 환하게 웃으며 통화하는 사진과 함께 합의 사실을 전격 공개했다.

그는 “방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매우 좋은 대화를 나누었다”며 “우리는 인도네시아와 미국 간 무역 관계를 양국 모두에 상호 이익이 되는 새로운 시대로 이끌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국민 모두에게 따뜻한 인사를 전했다”고 덧붙이며 양국 정상 간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을 통해 사실상 합의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직후 이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게시물에서 “강력하고 영리한 지도자”라고 프라보워 대통령을 칭찬하면서도, “이번 합의를 통해 미국이 인도네시아에 전면적으로 접근(full access)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는 인도네시아산 제품에 19%의 관세를 부과하는 동시에, 자국산 제품은 인도네시아 시장에 무관세로 진출하게 된 이번 합의가 철저히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한 결과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정부 “32% 요구를 19%로 낮춘 외교 성과”… 설득력 있나

논란이 확산되자 인도네시아 대통령실은 즉각 진화에 나섰다. 하산 나스비 대통령실 공보수석은 공식 입장을 통해 “프라보워 대통령께서 해외 순방에서 귀국하는 즉시 이번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을 국민에게 직접 소상히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아일랑가 하르타르토 경제조정장관이 이끄는 협상팀이 현재 미국 측과 세부 사항을 최종 조율 중이라며, 섣부른 판단을 자제하고 대통령의 공식 발표를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하산 공보수석은 “당초 미국 측이 요구했던 관세는 32%에 달했으나, 이를 19%까지 낮추기 위해 정부가 총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합의는 프라보워 대통령께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진행한 매우 놀라운 협상의 결과물”이라며, 최고 지도자 간의 담판을 통해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 얻어낸 외교적 성과임을 부각했다.

이는 ‘불평등 조약’이라는 비판을 희석하고, 관세 인하 협상 자체에 초점을 맞춰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기울어진 운동장’ 우려… 경제계 “장기적 종속 심화될 것”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경제계를 중심으로 비판의 목소리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자국의 수출 기업들은 19%라는 높은 관세 장벽에 가로막혀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 반면,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미국 기업들은 무관세 혜택을 등에 업고 인도네시아 내수 시장을 자유롭게 공략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사실상 인도네시아 국내 산업의 기반을 뒤흔들 수 있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부가 스스로 용인한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복수의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가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고율 관세 폭탄을 일부 완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경고한다.

미국산 공산품 및 농산물의 무관세 유입은 인도네시아의 무역수지 악화를 불러올 것이 자명하며, 이는 결국 미국에 대한 경제적 종속을 심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귀국 후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번 합의를 ‘상호 이익’의 결과물로 포장해야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게 됐다.

그가 ‘놀라운 협상’의 성과로 주장하는 13%p의 관세 인하가 19% 대 0%라는 구조적 불평등을 상쇄할 만큼의 가치가 있는지, 그리고 이로 인해 발생할 국내 산업의 피해를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불식시키고 설득력 있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번 사안은 프라보워 정부의 국정 운영 능력과 외교 리더십을 가늠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기사가 정보에 도움이 되셨는지요? 기사는 독자 원고료로 만듭니다. 24시간 취재하는 10여 기자에게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 인도네시아 BCA 0657099868 CHONG SUN * 한국 계좌번호 문의 카톡 아이디 haninpost

*기사이용 저작권 계약 문의 : 카톡 아이디 hanin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