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커피 한 잔을 다 마셨는데도
대단한 미련이 남은 듯 바닥까지 훑어내리다
스님의 발우를 씻어내듯
한 모금의 생수로 요리조리 돌려가며
마지막까지 깨끗이 비운다
그래도 남은 게 더 없을까?
그리 깊지도 않은 종이컵의 바닥에 코 박고 살피면
다 씻어내지 못한 설탕이며 거품
자국들이 얼룩처럼 남아있다
어찌하여 그리움은 늘 바닥처럼 쌓이는가?
한 생을 다한 종이컵
소지하듯 세로로 길게 쌓는다
누가 그랬는지
종이컵 위에 또 종이컵이 쌓인다
시작 노트:
커피의 맛과 기호는 사람마다 너무나 다양합니다. 그중에서도 인스턴트 커피 또한 기호를 나눌 수 없을 정도로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매일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그만큼 중요한 입맛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살던 인도네시아를 잠시 떠나 고국에 머물렀는지도 서너 달이 지나갑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종이컵의 키피 맛에 익숙해지게 되고, 그 종이컵을 놓을 때마다 롬복의 그리운 가족들을 떠 올립니다. 글: 김주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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