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 갈등 불똥, 인도네시아로… 중국산 저가품 공세에 섬유·가구 산업 ‘휘청’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과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양국은 각종 업무 협약을 하고 있다. 2025.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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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고강도 대중(對中) 관세 정책이 촉발한 무역 지형 변화가 인도네시아 경제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중국산 저가 제품이 인도네시아로 대거 유입되면서,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던 현지 섬유 및 가구 산업의 기반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최근 블룸버그 통신은 씨티그룹의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의 대미 직접 수출이 급감함에 따라 동남아시아로의 수출이 급증하는 ‘무역 전환’ 현상이 뚜렷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값싼 중국산 수입품의 범람이 수입국 현지 기업들에게 심각한 도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 설상가상 섬유 산업, 中 제품 공세에 ‘대규모 해고’ 우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는 섬유 산업이다. 최근 중국산 섬유 수입량은 월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이미 대규모 해고(PHK) 사태로 신음하던 현지 의류 산업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인도네시아 섬유협회(API)의 다낭 기린드라와르다나 사무총장은 “미국의 관세 정책 발표 이후 선적이 지연되거나 보류되는 사태가 속출하며 생산 현장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 생산 계약이 취소될 수 있으며, 이는 곧바로 대규모 실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다낭 사무총장은 “향후 90일간의 관세 부과 유예 기간을 최대한 활용해 기존 계약 물량을 선적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정부의 전기요금 인하, 세금 감면 등 강력한 지원을 통해 생산 비용을 절감하고, 어떤 관세 장벽에도 흔들리지 않는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가구 업계도 ‘비상’…수출 보류·내수 잠식 이중고

가구 산업 역시 비슷한 위기에 처했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많은 기업이 수출용 제품의 선적을 보류하면서 공장에는 출고되지 못한 재고가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가구·수공예산업협회(HIMKI)의 압둘 소부르 회장은 “수출의 53%를 차지하는 미국 시장이 막히면서 기업들이 운에 맡기듯 선적을 강행하거나, 아예 출고를 포기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협회는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중동, 호주, 일본 등 신규 시장 개척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내수 시장 방어다. 소부르 회장은 “미중 무역전쟁 이전부터 중국산 제품이 시장을 잠식해왔다”며 “2024년 기준, 가구 제품 수입의 84.8%, 수공예품의 65.4%가 중국산일 정도로 이미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수입품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강화하고, 국산 부품 사용 의무(TKDN) 규정을 더욱 엄격히 적용해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력히 촉구했다.

■ 정부의 전략적 대응 시급…전문가들, “중소기업 붕괴 막아야”

경제 전문가들은 값싼 중국 제품의 공세가 자본과 기술력이 취약한 인도네시아 중소기업(UKM)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생산 효율성을 앞세운 중국의 가격 경쟁력에 맞서지 못하면 현지 중소기업들이 시장에서 완전히 도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무역 전쟁의 파고가 인도네시아 산업 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운데, 현지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고 내수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인도네시아 정부의 전략적인 조치가 시급한 시점이다.

수입 기준 강화, 현지 기업 대상 인센티브 제공 등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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