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금 투자 열풍’… 안전자산 선호 심화

▲금괴 사진 PT Antam Tbk

경제 불확실성 고조… 시민들, 소비 줄이고 금 매입 나서

2025년 초 인도네시아의 소매 판매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된 가운데, 시민들이 투자 목적으로 금 매입에 대거 나서면서 금 가격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극대화된 결과로 풀이된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이 발표한 ‘소매 판매 조사’에 따르면, 2025년 2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3.3%,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다.

이는 1월의 역성장(-4.7% MtM) 이후 개선된 수치지만, 라마단과 이둘피트리(르바란) 대목을 앞둔 시기임을 고려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다. 3월 소매 판매 역시 전년 대비 0.5% 성장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BI 커뮤니케이션부의 람단 데니 프라코소 부장은 “라마단 등 명절을 앞둔 민간 수요 증가로 의류, 식음료 및 담배, 차량 연료 부문에서 판매가 늘었다”고 밝혔으나, 이는 예년의 증가세에는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실제로 지난해 같은 기간(2024년 3월) 소매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9.3% 증가했으며, 2023년 3월에도 4.9%의 성장률을 기록한 바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기(-3.6% MtM), 부품 및 액세서리(-1.2% MtM) 등 일부 품목에서는 오히려 판매가 감소하며 소비 심리 위축을 드러냈다.

만디리 소비지수(Mandiri Spending Index) 분석에서도 라마단 기간 소비 빈도는 늘었으나 건당 구매액은 줄어드는 ‘다운트레이딩’ 현상이 확인돼, 시민들이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처럼 소비 시장이 얼어붙은 것과 대조적으로, 금 투자 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맞고 있다. 국제 금 가격이 트로이온스당 3,300달러를 넘어서며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 국내 금 가격 역시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영 광물기업 PT 안탐(ANTAM)의 금 가격은 4월 17일 기준 그램당 1,975,000루피아를 기록, 전일 대비 59,000루피아 급등하며 역대 최고 기록을 새로 썼다.

치솟는 금 가격에도 불구하고 금을 사려는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자카르타 풀로가둥 지역의 안탐 금 매장 앞에는 구매 대기표를 받기 위해 새벽 3시부터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디지털 금 투자 역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샤리아 은행(BSI)의 디지털 금 잔고는 2025년 3월 말 기준 전년 대비 231%나 폭증한 7억 7,200만 루피아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금 투자 열풍이 고조되는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을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페리 와르지요 인도네시아 중앙은행 총재 또한 최근 글로벌 투자 자금이 채권 시장에서 신흥시장 및 금으로 이동하는 추세를 인정하며,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금 투자로의 이동”이라고 강조했다.

소매 판매 둔화와 금 투자 열풍이라는 상반된 현상은 현재 인도네시아 경제가 직면한 복합적인 도전 과제와 시민들의 변화하는 경제 심리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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