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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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자 많은 베트남·태국 다급… 인도네시아 여유속 브릭스 가입 걸림돌
에너지·농산물 등 미국산 구매로 무역 불균형 축소 ‘유화책’ 준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 상대국의 관세·비관세 장벽을 겨냥해 이르면 4월 초 상호 관세를 세계 각국에 부과하겠다고 선언하자 동남아 각국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들 국가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중 무역전쟁에서 반사이익을 얻었지만, 그 결과 대미 흑자가 대폭 늘면서 이제는 트럼프 발 ‘관세 전쟁’의 표적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우려가 커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상호 관세 부과 결정이 담긴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고 각국이 미국 상품에 부과하는 관세와 함께 수입 정책, 세금, 현지 관행 등 광범위한 비관세 장벽을 검토해 상호 관세를 책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남아 각국은 트럼프 1기 때 대중 관세를 피하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대거 유입으로 ‘탈중국’ 흐름의 혜택을 누렸다.
그 결과 2023년 기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대미 흑자는 약 2천억 달러(약 289조원)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아세안 최대 경제국인 인도네시아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대미 흑자 규모가 연 100억 달러(약 14조4천억원) 수준으로 다른 주요 동남아 국가보다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미 수출 위축 가능성을 고려해 미국 외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는 지난달 6일 브릭스(BRICS) 정회원국으로 공식 가입했다.
인도네시아는 브릭스 가입이 중동·아프리카·남미 등지로 수출 시장을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만 인도네시아 내에서는 지난해 출범한 프라보워 수비안토 정부가 브릭스 가입 등 미국보다 중국에 더 가까워지려는 행보를 보여 이에 따른 보복이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브릭스 국가들을 겨냥해 달러화를 다른 통화로 대체를 시도하면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강경한 경고를 보낸 바 있어 브릭스와 관련된 인도네시아의 움직임이 한층 주목된다.
특히 대미 흑자가 세계 4위에 이른 베트남은 가장 다급한 처지가 됐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베트남의 지난해 대미 상품 무역흑자는 1천235억 달러(약 178조원)로 전년보다 18.1% 증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베트남의 대미 흑자 폭은 중국, 유럽연합(EU), 멕시코에 이어 4번째로 컸으며, 증가율도 이 4곳 중 가장 높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중국, 멕시코 상대로 보편 관세 부과를 발표했고 EU 상대로도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따라서 베트남이 트럼프 행정부의 다음 과녁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베트남은 미국산 물품 구매를 통해 대미 흑자를 줄임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와 타협하겠다는 뜻을 뚜렷이 밝히고 있다.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지난달 22일 베트남의 막대한 대미 흑자를 재조정하기 위한 “해결책을 마련 중”이라면서 미 보잉사 항공기 구매 약속 등을 제시했다.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군사 장비, 인공지능(AI)용 반도체 등도 베트남의 잠재적인 구매 대상으로 거론된다.
베트남 외교부는 베트남 현지시간 13일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알루미늄 25% 보편 관세와 관련해 새로운 철강 관세 등에 대해 “건설적인 방식으로” 논의하고 협상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
응우옌 홍 디엔 베트남 산업통상부 장관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에 대해 성명을 내고 베트남이 시장을 개방해 미국산 농산물을 더 많이 수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주 초 마크 내퍼 주베트남 미국 대사와 만나 “양국은 농업 부문에서 협력을 더욱 강화해 각자의 제품과 공급망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미국도 베트남산 농산물에 대해 시장을 더 개방해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354억 달러(약 51조원)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한 태국도 대응을 서두르고 있다.
패통탄 친나왓 태국 총리는 지난 11일 미국의 무역 정책이 태국 수출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에 대해 연구하라고 지시했다.
지라유 후앙삽 태국 정부 대변인은 “트럼프 행정부는 태국 농산물과 전자제품 등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세 부과 등 무역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태국 정부는 대미 흑자를 줄이기 위해 미국산 에탄 수입을 최소 100만t 늘리도록 석유화학기업들에 요청했으며, 사료용 콩가루 등 미국산 농산물 수입도 확대할 방침이다.
피차이 춘하와치라 태국 부총리 겸 재무부 장관은 최근 태국이 에너지 수입국이며 미국 에너지 상품 수입을 늘리기에 국내 수요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태국은 대미 흑자가 가파르게 늘었을 뿐 아니라 태국산 상품에 대한 미국의 평균 관세보다 매우 높은 관세를 미국산 상품에 부과하고 있어 보복당할 위험이 크다고 경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미국이 관세 격차를 줄이기 위해 태국과 인도에 대한 관세율을 4∼6%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조치는 2018∼2019년 첫 임기 무역 전쟁과 비교해 훨씬 더 공격적”이라며 “향후 무역을 둘러싼 긴장이 더 고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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