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되는 교통난, 지속 가능한 해법이 필요
최근 발표된 Inrix의 최신 보고서 “2024년 글로벌 교통 체증 지표(Global Traffic Scorecard 2024)”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가 세계에서 8번째로 교통 체증이 심각한 도시로 선정되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카르타의 운전자들은 연평균 89시간을 교통 체증 속에서 허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도 65시간과 비교했을 때 약 37% 급증한 수치로, 자카르타의 교통 상황이 시간이 갈수록 더욱 악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자카르타는 인도네시아 경제 및 사회 활동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 밀집, 비효율적인 교통 시스템이 결합되면서 세계적으로도 악명이 높은 교통 체증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보고서는 자카르타의 교통 체증 원인으로 급격한 차량 증가, 인구 과밀, 그리고 아직 최적화되지 않은 대중교통 인프라를 지목했다. 실제로 자카르타의 도심 지역은 출퇴근 시각에 더욱 극심한 교통 체증을 겪으며, 이는 도시화 문제의 복잡성을 여실히 드러낸다.
* 교통 체증 완화를 위한 정부의 대책은?
자카르타 특별주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중 가장 주목할 만한 정책은 홀짝제를 기반으로 한 차량 운행 제한 제도(Ganjil-Genap)다.
이는 차량 번호판 끝자리 숫자에 따라 특정 요일 또는 시간대에 차량 운행을 제한함으로써 도로의 차량 밀도를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해당 정책은 일정 부분 교통량 감소 효과를 보였지만, 여전히 체증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대책으로는 대중교통 인프라 확장 프로젝트가 있다. 최근 몇 년간 자카르타는 MRT(Mass Rapid Transit·대량 신속 교통), LRT(Light Rail Transit·경전철), 그리고 트랜스자카르타라고 불리는 급행 버스 시스템(BRT)을 구축하고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다.
이 같은 확장 프로젝트는 도시 내 이동성을 높이고 자가용 의존도를 낮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MRT 및 LRT 체계는 점차적으로 노선이 확장됨에 따라 시민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통 체증 문제는 단순히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대중교통망을 확대하는 것만으로 해결되기 어려운 복합적인 문제다. 전문가들은 인프라 개선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 방식 변화와 더불어 정책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 및 참여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 교통 문제 해결에 남은 과제들
자카르타의 교통 체증 극복을 위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도전 과제가 남아 있다. 우선 시민들의 대중교통 이용률을 실질적으로 높이려면 대중교통의 질적 향상, 정확한 시간대 운영,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서비스 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현재 시행 중인 대중교통망은 아직까지도 몇몇 지역에서는 연결성이 떨어지고 제한적인 접근성을 보이고 있어, 이는 자가용 의존도를 완전히 낮추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또한, 기술 기반의 스마트 교통 관리 시스템 도입이 필수적이다. 교통 혼잡도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효율적인 운행 정보를 제공하는 지능형 교통 체계(ITS, 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가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자카르타는 이미 일부 지역에서 ITS를 도입했으나, 이를 도시 전역으로 확장하는 움직임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수도권 위성도시 개발도 자카르타의 교통 문제를 완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도시 중심지로의 인구 집중화와 자가용 출퇴근자가 문제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히는 만큼, 위성도시를 체계적으로 개발하고 이들과 연결된 광역 대중교통 체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자카르타의 교통 체증 문제는 단순히 인프라 확충이나 정책적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복잡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는 급격한 도시화, 인구 증가, 경제 성장과 맞물리며 더욱 심화됐다. 따라서 일시적인 대책이 아닌 지속 가능한 도시 발전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교통 시스템을 혁신하는 동시에, 환경적 요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전기차 및 자전거와 같은 친환경 교통수단의 적극적인 장려, 그리고 걷기 좋은 도심 환경 조성이 이뤄져야 한다. 또한, 지역 사회와 협력하여 대중교통 개선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도 중요하다.
자카르타가 2024년에도 세계 8위라는 불명예스러운 교통난 순위에 오른 것은 도시의 현재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경고 신호이며, 인도네시아 전체가 직면한 도시화 과제를 대변하는 사례다.
교통 체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분명히 주목할 만하지만, 보다 포괄적인 접근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이는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자카르타가 세계적 대도시로서 교통난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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