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진찰하고 나오는데 궁금해도 질문할 수가 있나요?”
저희 한의원에서는 환자분들이 이래 저래 물어 보시는 것도 많고, 또한 저도 물어보시는 내용은 가능하면 모두 대답을 해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만약 몸에 큰 이상이 있는 것 같아서 한국의 큰 병원에 가신다면 얘기가 좀 달라집니다.
‘3시간 대기, 3분 진료’로 표현되는 대한민국의 진료 여건상 모든 병원에서 질문을 함부로 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없어도 제대로 된 치료를 위해서는 아래의 몇가지 사항은 꼭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이 치료는 왜?”
어떤 치료에 대한 말씀을 들으면 그 이유를 꼭 물어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예전에 한국에서 진찰했던 한 직장인 여성분은, 피임약을 1년 넘게 쓰셨다고 합니다.
차근차근 이유를 여쭤보니, 짧은 진찰시간 중에 ‘피임도 원하는~’ 그 한마디를 하시는 바람에 생긴 의사와의 잘못된 소통의 결과였습니다.
환자분 본인은 피임이 목적이 아니라 당연히 병 치료가 우선이고 피임은 툭 던진 말씀일 뿐이었는데 전혀 엉뚱한 결과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또한, 환자는 자신의 질병 치료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크고 작은 증상과 예전에 있었던 증상까지 모두 이야기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의사 입장에서는 간혹 주된 증상과 부수적 증상, 현재의 증상과 예전의 증상들이 혼동될 수 있으므로 제시된 치료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 “만일 이 치료가 실패하면?”
처음부터 치료가 효과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의사는 없지만, 현실에서는 잘 낫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의사도 사람이거니와 사람 몸에 변수도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치료가 안 되는 경우는 이해할 수 있지만, 그 경우에 대한 대처법 조차 없다면 그것은 좀 문제입니다.
‘그런 질문을 하면 내가 의사를 믿지 못한다고 불쾌해하지 않을까?’하고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갑상선의 혹을 절반 떼어내고 조직검사를 해본 뒤에 별 문제 아닌 것으로 나오면 나머지 갑상선 절반은 살릴 수 있어요. 그러나 결과가 별로 안 좋으면 곧바로 나머지 절반까지 완전히 수술을 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의료진은 이렇듯 명쾌한 계획을 설명해 주십니다.
셋째,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저는 이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치료의 성과가 99점인 것도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58점이 나름 최선일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이 잘 소통되지 않으면 의사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나름 58점짜리 대책을 찾아내도, 환자는 99점 치료성과를 기대함으로 인해서 서로 서운해지기 쉽습니다.
“환자분 몸 상태는 원인도 불분명하고 병명조차 잘 안 나옵니다. 치료에 대해 확실히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일단 피부 가려운 증상만이라도 이 약으로 진정시켜 드릴께요.”
넷째, “이 치료 외에 대안은?”
치료법이 딱 하나뿐인 병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치료법들이 가능하지만 의사가 각각 장단점을 고려해서 지금 환자분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여러분이 생각해 보셔야 할 부분은 그 판단과 선택의 과정입니다.
‘1+1=2’처럼 명확한 답이 없으므로 별 수 없이 의사의 가치관이 절대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자궁에 혹이 너무 크네요. 물혹 종류라 걱정하실 것은 아닌데요, 수술로 들어내면 확실히 정리가 되고 생리통 고민도 사라지실 것 같습니다. 자궁 들어내기가 부담스러우시면 이제 폐경이 얼마 안 남았으니 몇 년만 잘 견뎌보셔도 좋겠구요.”
다섯 째, “이런 환자 많이 보셨는지?”
감기나 통증같은 가벼운 증상은 동네의 내과나 한의원에서도 흔히 다루게 되므로 문제가 없습니만, 조금 애매한 병이라면 진찰 중에 의사의 표정부터 평소와 달라집니다.
이런 경우를 얼마나 경험하셨는지, 지금 얼마나 확신하시는지 등은 몇 마디만 질문 해보시면 금방 느끼실 수 있습니다.
얼마 전 모 신문기사에서 사람 몸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의학적인 지식수준은 초보단계라는 모 석학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지금은 달나라에 가는 시대지만 인간의 지식이 가장 취약한 분야가 바로 사람 몸속입니다.
그래서 의사와 환자 사이에 서로 소통하고 대화하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