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전통 선박: 조상들의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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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는 약 1만 7천 개가 넘는 섬으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의 섬나라로, 해양 국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러한 독특한 지리적 특징은 해상 교통과 선박 문화의 발전을 가능하게 했으며, 인도네시아인들의 삶 속에서 배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문화와 역사, 그리고 정체성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아왔다. 조상들의 기술과 지혜로 탄생한 인도네시아 전통 선박들은 그들의 해양 역사를 보여주는 산 증거다.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온 전통 배들은 각각 고유의 설계와 기능을 자랑하며, 선박을 제작한 지역과 부족들의 특징까지 반영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그중 일부를 소개하며, 이들 전통 선박이 지닌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알아보자.

– 피니시(Pinisi): 해양 강국의 상징

▲Pinisi

피니시는 인도네시아 전통 선박 중 가장 잘 알려진 배로, 남술라웨시 불룸바(Bulukumba) 지역의 콘조(Konjo)족, 부기스(Bugis)족, 만다르(Mandar)족에 의해 발전되었다.

피니시의 역사는 15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며, 당시 무역과 교역, 먼 거리 항해 임무 등에 사용되었다. 7개의 돛과 앞뒤에 세워진 2개의 주요 돛대가 피니시의 독특한 특징으로, 튼튼한 철목, 티크목 등의 목재로 만들어진 덕분에 내구성이 매우 뛰어난다.

현대에 들어 피니시는 전통적인 용도 외에도 관광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역사적 아름다움과 독창적인 설계 덕분에 피니시는 여행객들에게 매력적인 체험을 제공하며, 인도네시아 해양 문화의 정수를 세계에 알리는 상징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 비다르(Bidar): 전설 속의 항해사

▲Bidar

남수마트라 팔렘방 지역에서 기원한 비다르는 크기가 약 24m로 꽤 큰 편이며, 한 번에 58명까지 탑승할 수 있는 대형 배다. 고대에는 상업과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팔렘방어로 비다르는 ‘순조로운 항해’를 의미한다.

비다르는 종종 전설적인 이야기를 품고 있는데, 예컨대 왕족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한 경쟁에 사용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오늘날 팔렘방에서 열리는 ‘비다르 배 축제’로 이어지고 있으며, 해당 축제는 전통을 되살리고 지역문화를 알리는 중요한 행사로 자리 잡았다.

– 잘루르(Jalur): 전통과 축제의 조화

▲ Jalur

리아우 지역의 잘루르는 단단한 통나무 하나로 만들어진 간단하지만 공학적으로 우수한 전통 배다. 오랜 세월 동안 지역 주민들의 교통수단이자 물류 운반의 주요 도구로 활용되었다. 잘루르는 특히 쿠안탄강 유역에서 발전한 배로, 현재는 ‘잘루르 경주 축제’를 통해 그 가치를 보존하고 있다.

잘루르 경주 축제는 단순히 경기가 아닌 지역 공동체와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전통 문화를 지키기 위한 행사로 자리 잡았으며, 2024년 ‘카리스마 이벤트 누산타라(KEN)’에서 선정된 10대 축제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 산데크(Sandeq): 속도의 미학

▲ Sandeq

산데크는 서술라웨시의 만다르족에 의해 사용된 전통 선박으로, 길이 약 7m, 폭 1m 정도로 비교적 작은 배이다. 하지만 그 크기와 무게를 넘어설 만큼 뛰어난 속도와 기동성을 자랑하며, 역풍 속에서도 지그재그 항해 기술인 ‘마카라카이(Makkarakkayi)’를 통해 안정적으로 바다를 탐험할 수 있다.

산데크는 해상 생계를 기반으로 살아가던 만다르족에게 필수적인 이동 수단이었으며, 어려운 항해 조건 속에서도 바다를 정복했던 조상들의 기술적 우수성을 증명한다. 오늘날 산데크는 전통 경주와 같은 이벤트를 통해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 쁜짜랑(Pencalang): 탐험과 전쟁의 배

▲ Pencalang

쁜짜랑은 인도네시아의 역사 속 탐사와 전투에 활용되었던 배다. 주로 리아우 지역과 말레이 반도에서 사용되었으며, 마자파힛 왕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높은 돛대와 정밀한 설계로 적의 움직임을 정찰하거나 무역에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쁜짜랑은 단순히 군사적 도구에 그치지 않고, 인도네시아 왕국들의 위상을 보여주는 상징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보로부두르 사원에도 이 배의 모습이 새겨져 있을 만큼, 인도네시아 고대 해상 문화의 중요한 일부로 기록되고 있다.

전통 선박이 이어가는 문화적 유산
인도네시아 전통 선박들은 단순히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국민의 정체성과 문화를 상징하는 중요한 유산이다. 각 배가 품고 있는 독특한 역사와 기술, 그리고 이에 얽힌 전설들은 인도네시아의 해상 왕국이라는 정체성을 대변한다.

오늘날 이러한 전통 선박들은 지역 축제와 관광 명소로 재탄생하며 인도네시아의 해양 문화를 세계 무대에서 알리고 있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Mahran Lanting 사회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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