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함성이 멈춘 계곡
어깨동무로 안개처럼 하산을 준비하는 병사들
사랑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노병의 얼굴에 붉은 반점이
웃음으로 피어날 때, 포성이 잦아든 능선에는
승리를 자축하는 푸른 하늘
현란한 단풍잎이 축포처럼 흩날린다
잠을 설치며 기다리던 소식
그날은 어스름한 창가에
가을비가 소리 없이 비껴가던 날
초록의 함성이 멈춘 계곡에
어깨동무하고 안개처럼
하산을 준비하는 병사들
사랑의 전투에서 용케 살아남은
노병의 얼굴에 붉은 반점이
형형색색 웃음으로 피어날 때
포성이 잦아든 능선에
승리를 자축하는 푸른 하늘
현란한 단풍잎이 축포처럼 흩날린다
시작 노트:
순환의 계절이다. 싹이 나고 푸르름의 절정에서 이제 붉게 물들어가는 단풍은 ‘사랑의 전투에서 용케 살아남은’ 자의 웃음이고 축포가 된다. 이 한결같은 풍경을 앞에 두고 있다지만, 시인에게는 잊힐 수 없는 ‘포성이 잦아든 능선’이 특별하다. 벌써 반세기가 더 지난 시대적 아픔의 포성이 아니던가? 그 누가 단풍계곡을 포성으로 물들였단 말인가? 이제는 삶도, 사랑도 늘 전투처럼 임했던 노병의 친구들이 어깨동무로 하산하는 오늘은 푸른 하늘이 든든한 배경이 된다. 글:김주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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