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대마 상점 점원들 “대마 성분 더 강해 젤리 인기”, “대마 표시 일부러 안하기도”
노점상 등서 무허가 제품 많아 더 위험…대마 들어간 쿠키·브라우니·초콜릿도
한국서 ‘모르고 먹은’ 태국 대마 젤리에 양성 반응 사연 알려지며 우려 더 커져
“딸기, 복숭아, 포도, 파인애플 다 있어요. 어떤 맛으로 드릴까요?”
지난 5일 오후 태국 방콕 시내 수쿰윗 거리 한 대마 판매점에 들어가 “대마 젤리 있냐”고 물으니 점원이 판매대를 가리키며 답했다.
10여종의 다양한 제품은 포장도, 젤리 자체도 알록달록 아기자기했다. 동물이나 과일 모양에 다채로운 색상이 시선을 끌었다. 겉면에는 250밧(약 9천4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다.
‘대마 함유’라고 영어로 표기된 제품도 있지만, 일부는 성분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일반 젤리와 구분이 어려웠다. 하지만 겉모양만 귀여운 젤리일 뿐 엄연히 대마 성분이 든 제품이다.
젤리와 함께 판매되는 쿠키에는 수제 제품을 의히마는 ‘핸드메이드’, 가정에서 만들었다는 뜻의 ‘홈메이드’라고만 적혀 있었다.
점원은 한술 더 떠 “어떤 용도로 원하냐”며 “기분이 좋아지고 싶을 때 먹는 것도 있고, 반대로 차분하고 졸리게 해주는 것도 있다”고 했다.
아시아권 최초로 2018년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한 태국은 2022년 6월 대마를 마약류에서 제외하고 가정 재배도 허용했다.
대마 제품이 향정신성 화학물질인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을 0.2% 넘게 함유했을 경우에만 불법 마약류로 분류된다.
유동 인구가 많은 거리나 관광지, 유흥가 주변에는 대마 판매점이 우후죽순 생겨났다.
연초로 피우는 대마초뿐만 아니라 대마 성분 과자와 음료 등 다양한 상품이 팔린다.
심지어 대형마트나 편의점에서도 대마 성분 음료 등이 판매 중이다.
일부는 한국 소주병과 유사한 녹색 병에 한글로 제품명을 표기, 소주로 오인할 우려도 있다.
주변 다른 대마 상점에서도 ‘대마 젤리’를 팔고 있었다. 이 상점은 젤리와 함께 ‘대마 브라우니’, ‘대마 초콜릿’을 추천했다.
역시 얼핏 봐서는 대마 함유 제품인지 파악하기 어려웠다.
20대 점원은 “젤리 형태 제품은 장소를 가리지 않고 편리하게 섭취할 수 있어 인기”라며 “일반 대마초보다 더 효과가 강한 젤리가 잘 팔린다”고 귀띔했다.
대마는 특유의 향이 강해 공공장소 등에서 피우기 어렵고 연초 형태를 원하지 않은 사용자도 많기 때문에 젤리나 사탕 등의 형태 제품이 인기라고 그는 덧붙였다.
기준치를 넘긴 THC 함유 제품은 당연히 불법이다.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탓에 무분별하게 판매되지만, 모든 가게가 대마 젤리 등을 취급하지는 않는다.
또 다른 매장 점원은 “젤리나 쿠키 형태 제품은 팔지 않는 게 우리 가게 정책”이라며 “그런 제품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확인이 어렵고 성분도 불투명한 경우가 많아 위험하다”고 말했다.
그는 “제대로 대마 성분 함유 표시가 안 돼 있으면 불법 제품이라고 보면 된다”며 “거부감을 없애고 더 많이 팔기 위해 일부러 표시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근 매장 직원도 “나도 대마 쿠키를 잘못 먹고 10시간 가까이 누워있어야 했던 적이 있다”며 “특히 노점상이나 야시장 같은 곳에서 대마 성분이 강한 무허가 제품을 많이 파는데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에서는 태국에서 가져간 젤리를 먹었다가 입건된 남매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젤리를 먹은 동생이 고통을 호소해 병원으로 옮겨졌고, 대마 양성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이들이 먹은 젤리가 외관상 대마가 들었다고 의심하기 어려워 대마 젤리인 줄 모르고 먹은 것으로 판단됐다.
실제 이들이 섭취한 제품은 일반 젤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고, 포장에도 대마가 들었을 것으로 의심할 만한 문구나 그림은 없었다.
대마 관련 상품은 대부분 전문 매장에서 판매되지만 예외도 있다. 또 인지하지 못하고 대마류를 접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태국에서도 대마 합법화 이후 어린이 등이 대마 성분 식품을 잘못 먹고 탈이 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한다.
지난해 3살 아기가 친척 집에서 대마 성분 쿠키를 먹고 몸에 이상이 생겨 치료받은 사례도 있다.
남부 지방에서 THC를 과다 함유한 대마 성분 쿠키를 먹은 어린이들이 집단 입원하는 사고도 있었다.
당시 보건당국은 조사 결과 승인받지 않은 무허가 제품이 발견됐으며, 정식 통관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밀반입된 제품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대마 관련 각종 문제가 지속되자 현 정부는 오는 연말까지 대마를 마약류로 재지정하고 의료용 사용만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태국은 대마 합법화 이후에도 관련법이 통과되지 않아 사실상 ‘규제 공백’ 상태로 2년이 흘렀다.
지금도 향락용 사용은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지만, ‘대마 관광’이 성행할 정도로 공공연히 대마가 소비되고 있다.
정부의 마약류 재지정 계획에 대마 농가와 판매업자들이 반발하고 있어 아직 어느 수준에서 ‘정책 유턴’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물론 어느 경우에나 한국인이 태국에서 대마초를 흡연하거나 관련 제품을 섭취하면 처벌 대상이 된다. (연합뉴스 협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