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에세이] 자연스러움

사람들은 옷을 고를 때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눈에 뛰는 색상을 먼저 살피고 디자인이 괜찮다 싶으면 몇 번이고 입어보며 자기 몸에 잘 어울리는지를 먼저 살핀다.

거울을 이리저리 비추어보며 머리를 갸우뚱 지우뚱하며 여러 각도로 살펴본다. 몇 시간을 고르고 또 고르는 최종 목적지는 어디일까? “자연스러움이다!” 몸에 걸친 의복이 자연스럽지 않고 어딘가 어색하면 사람들은 과감하게 선택을 포기한다.

시멘트 블록으로 겹겹이 쌓인 도시공간의 황막한 틈 사이로 못된 방귀를 뿡뿡 뀌며 내 달리는 수많은 자동차, 질려버릴 듯 공해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사람들의 절규가 쉼 없이 터져 나온다.

외곽도로를 빼곡히 메우며 궤도를 이탈하는 도망자들! 그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먼 훗날 돌아가야 할 자연 속 어딘가를 미리 순례라도 하고 싶은 심산일까?

물과 산이 있고 숲이 있는 곳, 늘 마음의 반쪽이 남아 배회 하는 곳, 상큼한 산소가 뿜어 나오는 곳으로 가자! 허파에서 토해내는 간절한 일성이다.

자연스러운 곳을 향하여 힘차게 내달리는 사람들이다. 푸른 산은 맑은 산소를 가득 머금고 자식이 오기를 기다리듯 사람들을 끌어안는다.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우거진 숲은 늘 새롭게 모습을 바꾸며 변화된 매무새를 하고 있다.

산언저리를 유영하며 비를 뿌리는 구름, 높낮이를 경쟁하듯 솟아오르는 크고 작은 나무들의 자유로운 대립은 하늘과 땅의 모나지 않은 만남의 형상을 아름답게 꾸며낸다. 이 모두가 자연스런 모습이다.

강물은 눈으로 보면 마음이 촉촉해지고 마시면 그 시원함이 심장을 들뛰게 한다. 대지와 숲 사이를 흐르는 강물은 혈액처럼 온화하고 다정하게 아름다움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놀라운 자연의 운행이다.

불확실한 듯 하지만 자연스럽게 짜여진 계절의 흐름 속에 때가 되면 소담하게 피어나는 꽃이 아름답고 산과 들의 자연스럽게 형성된 숲의 경관을 보고 우리는 “아! 아름답다!”고 감탄을 금치 못한다.

아침에 떠오르는 태양은 강렬한 빛으로 역동의 전조를 알려주고 저무는 하루의 능선에서 조용히 떨어지는 붉은 낙조는 그래서 처연하게 아름답다.

티 없이 맑게 웃는 아기의 표정이 천사처럼 아름답고 때가 되면 예쁜 꽃의 모습을 닮아가는 청순한 소녀의 수줍음이 비길 데 없이 아름답다.

지상의 아름다운 모든 것은 하나로 통하는 공통점이 있다. 자연스러움이다. 인위적이지 않고, 꾸밈이 없고, 거짓이 없고, 억지로 지어내지 않고, 미워하지 않고, 속임이 없고, 시기하지 않고, 오만하지 않는다. 그러나 자연의 그 아름다움도 영원할 수 없다.

카멜레온처럼 색이 변질되고 화를 내는가 하면 계절처럼 이동하며 늙고 병드는 특성이 있다. 물이 떠나간 강바닥에 물고기와 수초가 살 수 없고, 간만 없이 모래먼지를 불러와 세상을 삭막하게 한다.

영원할 것 같던 소녀의 때 묻지 않은 아름다움은 매 순간 그녀 앞에 불어 닥칠 폭풍우를 염려해야 하고 눈보라에 씻겨갈 순결을 안타까워한다.

시간의 늪 속에서 자연도 늙고 사람도 늙어 가지만, 자연에서 나고 자연을 사랑하며 자연스럽게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인생은, 그래서 더 없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