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명분 대마 진공포장 인천공항서 들통…상반기 329㎏ 적발 역대 최대

진공 포장된 대마초 [인천지검 제공]

상반기 마약밀수 ‘505만명 투약분’ 329㎏ 적발…역대 최대
마약 적발량 39%↑…건당 적발량 1㎏ 초과 ‘밀수 규모 대형화’
여행자 통한 밀수 2배로 증가…MDMA·케타민 등 밀수 증가세

1만명이 피울 수 있는 양의 대마초를 미국에서 사들여 진공 포장한 뒤 운반책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으로 밀반입한 한국계 미국인 부부가 검찰에 붙잡혔다.

인천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35)씨와 운반책 B(43)씨를 구속 기소하고 A씨 아내 C(35)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24일 밝혔다.

한국계 미국인인 A씨 부부는 지난 3월께 1만명이 피울 수 있는 양의 대마 4천500g(시가 4억5천만원 상당)을 미국에서 사들인 뒤 지인 B씨를 통해 지난 4월 4일 인천국제공항으로 밀반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국내 체류 중이던 A씨는 미국에 있던 아내 C씨에게 대마를 사서 포장해 B씨에게 넘겨주라고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C씨는 미국 현지에서 사들인 대마초를 삼중으로 진공 포장해 기내에 들고 탈 수 있는 휴대용 가방에 숨기고는 B씨에게 전달했다.

A씨는 이후 B씨가 뉴욕발 비행기를 타고 국내로 들어오면 서울 모 호텔에서 접선해 대마초를 넘겨받기로 한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대마초를 운반하는 대가로 미화 1만 달러(약 1천300만원)와 국제 항공편, 국내 체류 숙박비 등을 지원받기로 한 상태였다.

인천공항세관은 수하물 엑스레이 검사에서 이상한 음영이 보이자 가방을 열어 대마초를 적발하고 B씨를 긴급체포했다. 이후 검찰이 추가 수사를 거쳐 A씨 부부를 잇따라 체포했다.

검찰은 그러나 아내 C씨가 남편 지시에 따라 범행에 가담했고 함께 입국한 어린 자녀를 돌볼 사람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여행자를 통한 마약 밀수는 2020년 50㎏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인 2021년 13㎏으로 줄었다가 2022년 36㎏, 2023년 5월 기준 41㎏으로 다시 급증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들 부부는 대마초 냄새를 숨기려고 진공 포장까지 했지만 엑스레이 검사에서 결국 적발됐다”며 “A씨 부부가 대마초를 넘기려 했던 국내 중간 유통책 등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엑스레이 검사서 적발된 대마초 은닉 가방
엑스레이 검사서 적발된 대마초 은닉 가방 [인천지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상반기 마약밀수 ‘505만명 투약분’ 329㎏ 적발…역대 최대

한편, 한국 관세청은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인 329㎏ 상당의 마약 밀수를 적발했다고 25일 밝혔다.

관세청이 이날 발표한 마약류 밀수 단속 동향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에 국경 반입단계에서 329㎏ 상당의 마약 밀수가 적발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39% 늘어난 것으로 상반기 기준 역대 가장 많다. 이는 505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라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적발 건수는 작년 상반기보다 12%(45건) 감소한 325건이었다.

적발 1건당 마약 중량은 1.01㎏으로 작년 연간 적발 중량(0.81㎏)을 넘어서는 등 마약 밀수 규모는 대형화되는 양상이다.

국내 마약 유통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고 마약 수요가 지속 증가해 큰 규모의 밀수 시도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유엔마약범죄사무소에 따르면 국내에서 거래되는 필로폰 1g당 가격은 평균 450달러로 미국(44달러), 태국(13달러) 등보다 높았다.

밀수 경로별로 보면 국제우편(165kg·149건), 특송화물(86kg·92건), 여행자(66kg·81건), 일반화물(12kg·3건) 순으로 적발 건수가 많았다.

특히 여행자를 통한 밀수가 작년 상반기 40건에서 81건으로 2배로 늘었다.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조치가 해제되면서 대면 방식의 마약 밀수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마약 종류별로는 필로폰(140kg·69건), 대마(83kg·103건), 케타민(24kg·30건), 합성 대마(21kg·37건), 일명 ‘엑스터시’라 불리는 MDMA(12kg·45건) 등의 순으로 적발 중량이 많았다.

필로폰 적발 중량이 작년 상반기보다 60.9% 늘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클럽용 마약’으로 활용되는 MDMA와 케타민도 각각 50%, 300% 증가했다.

[관세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관세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국가별로는 미국(80kg·105건), 태국(80kg·40건), 라오스(39kg·11건), 베트남(32kg·54건), 중국(19kg·17건) 등에서 마약류가 많이 밀수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으로부터 169㎏의 마약류가 반입돼, 작년 상반기보다 115% 늘었다. 태국과의 마약 밀수 합동 단속 작전 등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관세청은 올해 상반기 국제 통제배달로 12건의 마약 밀수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국제 통제배달은 마약류가 출발한 국가와 도착한 국가에서 동시에 공급자와 수입자를 검거하는 것으로, 국제 공조 차원의 작전이다.

관세청은 미국으로 한정됐던 공조국의 범위를 독일, 중국 등으로 넓혔다고 밝혔다.

[관세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관세청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관세청은 내달 31일까지 마약류 밀반입 예방 캠페인 ‘마약나뽀'(마약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4가지 방법)를 진행한다.

이날 인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에서 마약의 위험성을 알리는 체험형 부스를 운영하고 마약 탐지견 시범 행사를 진행했다.

고광효 관세청장은 “최근 하루 평균 2건, 2kg에 가까운 마약밀수 시도가 적발돼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관세행정의 최우선 순위를 마약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데 두겠다”고 말했다.

[그래픽] 마약 밀수 적발량 추이
[그래픽] 마약 밀수 적발량 추이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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