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채희 / JIS 10
전 세계적으로 가장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쓰레기는 무엇일까? 정답은 플라스틱도, 음식물 쓰레기도 아닌 바로 ‘전자폐기물(e-waste)’이다. 전자폐기물은 낡고 수명이 다해서 버려진 스마트폰, 컴퓨터 등의 전자기기를 뜻한다. 국제연합(UN)이 2020년 발표한 보고서(The Global E-waste Monitor 2020)에 따르면 2019년 한해 전 세계에서 총 5,360만 톤의 전자 쓰레기가 발생했다.
이는 2014년에서 2019년까지 단 5년 만에 무려 21% 증가한 수치이다. UN은 전자폐기물에 대해 앞으로 아무런 조치가 없다면, 2030년에는 전자폐기물이 연간 7,400만t을 넘어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 큰 문제는 전 세계적으로 오직 17% 정도의 전자폐기물만이 재활용된다는 사실이다. 즉 매년 4,450만 톤의 전자폐기물이 땅에 매립되거나 소각되고 있다.
이렇게 무책임하게 버려진 전자폐기물은 분해과정에서 수은 등 여러 독성물질을 주변 생태계로 배출되고 토양, 수질, 그리고 대기 오염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전자폐기물 더미에서 금속 부품 등 쓸만한 자원을 채취하는 노동자들은 독성물질에 무방비하게 노출되어있다. 전자폐기물은 인도네시아에서도 큰 문제이다.
세계4위의 인구수를 보유한 인도네시아는 대중적인 전자기기 보급에 힘입어 전자폐기물 배출량이 무서운 속도로 늘어나는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높은 수치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유럽, 미국과 같은 선진국들이 전자폐기물을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아시아의 개발도상국으로 수출하기 때문이다.
미국 단체 Basal Access Network가 전자폐기물에 GPS 추적 장치를 달아 미국에서 버려진 전자폐기물의 행방을 조사한 결과, 이 중 32%가 불법적으로 다른 국가로 수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최신 전자기기는 보통 플라스틱 및 유리와 같이 쉽게 재활용할 수 있는 물질과 귀금속 등 가치 있는 재료들로 이루어져 있다. 전자 폐기물에서 금을 추출해서 아름다운 장신구로 재탄생시키는 영국 친환경 주얼리 브랜드 ‘릴리스'(Lylie’s)에 따르면, 1t의 광석을 채굴하면 30g의 금을 얻지만 1t의 전자 폐기물을 분해하면 이의 10배인 300g의 금을 얻을 수 있다.
제대로 된 재활용 시설과 기술만 준비된다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전자폐기물 배출량을 가진 인도네시아에 이것은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다. 학술 저널 Journal of Cleaner Production은 2040년까지 인도네시아 전자 폐기물의 경제적 잠재력은 1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전자폐기물의 진가를 알아보며 여러 정책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전자폐기물을 효과적으로 재활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따라서 개개인의 관심과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낡은 전자기기를 폐기할 때는 무책임하게 쓰레기통에 던져넣기보다는 수리해서 더 오래 사용하기, 필요한 사람들에게 기부하기, 또는 믿을만한 재활용센터를 방문하는 등 개개인이 책임감 있는 시민으로서 노력한다면 환경과 경제적 이익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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