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1월 3일)
장세라의
아동심리치료 이야기 (34);
아동심리치료사 자카르타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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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게 음식을 먹는 것은 부족하게 먹는 것만 못하고, 제 아무리 좋은 음식도 하나만 집중해서 섭취할 경우 신체의 균형을 깨트리게 되어 건강을 오히려 해치게 된다. 몸에 좋은 영향만 줄 것 같은 운동도 과하게 할 경우 몸에 무리를 가져오며, 아무리 많아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휴식’도 휴식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삶의 균형을 무너뜨리게 된다. 적당히 골고루 음식을 섭취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고, 적당한 휴식을 취하는 것. 모든 분야에서 균형을 잘 유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없는 것 같다. 대화에 있어서도 균형이 참 중요한데 이 균형을 잘 유지하며 대화를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부정적인 말을 편협적으로 많이 사용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거부감이 들 정도로 칭찬만을 일삼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 부모와 자녀 간 대화에서는 ‘질문’이 과하게 등장하고 있어 대화의 질과 균형을 깨뜨리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질문이 과하게 사용될 경우 부모자녀 간 대화가 어떻게 흘러갈 수 있는지에 대하여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수많은 의미
우리는 모르거나 궁금한 것을 물어볼 때 질문을 한다. 부모가 자녀에게 하루 있었던 일을 물어보기도 하고, 자녀가 학업이나 일상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을 때 질문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주고 받게 되는 질문에는 사실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 위한’ 목적 외에 수많은 의미들이 담겨있기도 하다. 어쩌면 궁금한 것을 물어보기 위해 질문을 하기 보다 다른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질문’이라는 대화기술로 포장을 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숙제 빨리 해라” “숙제 안 했기만 해봐”라는 메시지를 “숙제 했니?”라는 표현으로 포장할 때도 있고, “발레를 배워보는 게 어떻니?”라며 부모가 원하는 부분을 자녀에게 강요하기 위해 질문의 형식으로 대화를 이어갈 때도 있다. “넌 왜 그것 밖에 못하니?”와 같이 직접적인 비난의 의미로 질문을 할 때도 있으며, “누가 이렇게 어질러 놨어?”와 같이 간접적으로 자녀를 비난할 때 질문을 사용하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들의 질문에는 수많은 의미가 담겨져 있으며, 어떤 형태의 질문인지에 따라 자녀와의 대화에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혹은 자녀의 두뇌를 발달시켜 줄 수 있는 촉진제가 되기도 한다. 만약 나는 질문을 했을 뿐인데 자녀가 혹은 상대방이 대화를 이어가고 싶어하지 않거나 혹은 감정이 상한 듯한 반응을 보인다면, 혹시 내가 부정적인 메시지를 질문으로 포장하여 상대에게 전달한 것은 아닌지 점검해 보아야 한다.
할 말이 없어요
우리나라 부모들은 자녀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의 표현으로 ‘질문’을 많이 하고 있다. 부모자녀 간 대화에서 질문을 빼면 거의 대화가 이루어 지지 않을 정도로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는데, 부모님들에게 질문을 줄이고 자녀와 대화를 시도해 볼 것을 권유하면 하나같이 상당한 어려움을 호소한다. 질문을 줄이고 자녀와 대화하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자녀들이 나와의 대화에 반응하지 않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내제되어 있기 때문일 수 있다. 즉, 평소 자녀와의 원활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대화는 서로 상호적으로 주고 받아야 하는 것인데, 그 중 질문은 반드시 상대방이 대답을 하게끔 유도하는 대화방식 중 하나이다. 그러므로 자녀가 어떤 반응을 할지 혹은 반응을 할지 하지 않을지 확신이 없는 부모들은 그나마 예상할 수 있는 반응을 가져다 줄 ‘질문’을 자녀들에게 많이 하게 될 수 있다. 또한 대화를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 가고 싶을 때 질문을 많이 하게 되기도 하는데, 과하게 대화를 자신의 뜻대로 이끌어 가려는 모습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본인도 모르게 거부감을 가지게 한다. 상호적으로 오고 가는 것이 이상적인 대화이며, 질문을 통해 계속해서 일방적으로 대화를 이끌어 가는 패턴은 더 이상 ‘대화’라고 생각하기조차 어렵다. 일방적으로 궁금한 점을 묻고 간접적인 비난을 하기도 하는 면접이나 취조 등의 상황이 사람들에게 불편하고 늘 반갑게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질문의 활용법
질문은 잘 활용하면 자녀의 두뇌를 촉진시켜 줄 수 있기도 하고, 잘 못 활용하면 자녀와의 대화를 단절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녀와의 대화를 유연하게 진행되게 하기 위해 질문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1) 과하게 질문을 많이 하는 일은 피하도록 하자. 아이의 일상에 대해 정말 궁금한 것이 많다고 하더라도 일방적으로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것은 자녀의 입을 오히려 막는 행위이다. 자녀가 먼저 학교에서 있었던 일들에 대해 혹은 어떤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꺼낼 때 하던 일을 멈추고 함께 자리에 앉아 눈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다 듣고 난 후에는 이런 이야기들을 해주어 고맙다고 표현한다면 점차 부모가 물어보지 않아도 아이가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빈도수가 많아져 부모의 불필요한 질문을 줄일 수 있게 될 것이다.
2) 자녀의 감정을 물어봐 주는데 질문을 활용해보자. 일상을 묻거나 숙제를 했는지 안 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늘 하고 있다면, 아이들은 이미 엄마의 질문을 ‘나를 감시하고 확인해서 꾸중하려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을 수 있다. 일상과 상황을 확인하기 위한 질문들 보다 자녀가 있었던 어떤 일에 대해 말하거나 할 때 “그래서 그때 네 기분은 어땠니?” 혹은 아침에 일어났을 때 “오늘 아침은 기분이 어때?”와 같이 감정을 공유하고자 하는 질문을 자녀들에게 해준다면 자녀들은 엄마의 질문을 더 이상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지 않게 될 것이다.
3) 대화에서가 아닌 학업이나 모르는 것에 대한 질문을 격려한다. 부모와 대화에서의 질문이 아닌 학업적인 부분에서 자녀가 질문을 해온다면 이를 칭찬하고 매우 격려하여 아이가 집에서뿐 아니라 학교나 학원에서도 많은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아이가 질문을 해올 때 적극적으로 함께 답을 찾아 본다든지 하는 노력은 아이들로 하여금 부모가 자신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하여 질문을 하는 것보다 자녀가 질문을 할 때 잘 반응해주는 것이 자녀의 학습능력을 높여주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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