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27일)
일 중에는 즐거운 일이 있고, 어쩔 수없이 해야 하는 즐겁지 않은 일이 있다. 나는 이 이벤트를 기획하고 진행하는 동안 내내 가슴이 벅찼다. 결과 역시 큰 보람일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작품 활동과 사사(師事)를 이어갈 것이지만 다시 이런 일을 기획하고 진행할 기회가 과연 다시 있겠는가.
여기 함께 칠순, 즉 고희를 맞은 두 분 벗이 계시다. 운초 김영주(雲草 金榮柱)사장과 묵정 장 임(默井 張 稔)사장이시다. 두 분께서 고희를 맞아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하셨다. 그간 틈틈이 닦아온 서예작품을 모아 고희기념전을 펼치신다. 두 분의 반려 시후당 윤계옥(時厚堂 尹桂玉)여사와 세정 심순희(世程 沈順姬)여사께서 함께 참여함으로써, 고희기념 부부 합동전 한마당이 이루어졌다. 이를 매개로 그간 인생의 여러 여정들이 담긴 사진이나 가족들의 글, 지인들의 축사 등도 모아졌다. 이 모두는 전시되는 작품, 과거 작품들과 함께 각기 한 권씩 책으로 묶어 발간되었다. 독자적 고희전도 어려운데, 부부전을 열고, 부부전도 쉽지 않은데 두 부부가 합동전을 열며, 각기 고희에 이른 삶을 정리하여 기록으로 남기시는 것이다. 참으로 오래 기억되고 회자될 아름다운 사건임이 분명하다.
인도네시아 한인사회는 세계 어느 동포사회보다 기업과 기업인들께서 이끄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이곳 인도네시아에서 기업을 경영하시는 두 분이 펼치는 이 이벤트는 기업인들이 문화까지 아울러 가꾸며 실질적인 문화역량까지 스스로 드러내는 것으로서, 이벤트 중 이벤트요 미담 중 미담이 아닐 수 없다.
그러기에 신기엽 한인회장의 축사 중 “아무리 생각해도 참 놀랍기만 하다. 그래서 더욱 축하의 마음이 크다. 이는 분명 인도네시아 한인사회에서 생겨날 수 있는 문화적인 일로서 일대의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사실 노년에 이르도록 부부가 건강하게 해로를 하는 것은 부러운 일이다. 하물며 취미도 같으시다니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나아가 부부가 합동전을 하신다니 ‘축복받았다’함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한 말일 것이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어느 기업, 어느 누구나 모두 나름의 가치가 있다. 그 가치를 위해 기업은 기업대로 사람은 사람대로 늘 가꾸고 다듬는다. 노년에 이르도록 현장에서 기업을 다듬고 스스로를 가꾸는 모습은 그야말로 기업인의 이상이다. 특히 부부가 건강하게 해로를 하면서 취미생활도 함께 하고 성과도 함께 드러낼 수 있다면 이 아니 좋으랴. 70이라는 인생의 특별한 때를 맞아 이색적인 이벤트를 여는 두 기업인을 보는 것이 참 새롭고 마음 뿌듯하다.” 는 송창근 상공회의소 회장의 축사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고희연을 겸한 부부 합동전, 이에 더해 벗 두 부부의 합동전은 내 식견이 짧은 탓인지 한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학자도 전문가도 아닌 기업인들로서는 더군다나 전무후무한 기록일 것이다. 그러므로 인도네시아 한인동포 사회의 문화적 기반에 대해서는 몇 번이고 강조를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참으로 귀한 이 미담을 실현 가능하게 한 인도네시아 한인 동포사회의 활력과 문화적 힘에 진심으로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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