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협 동포청장 “선거는 시혜 아닌 헌법적 권리, 정치적 결단 필요한 때”
고상구 세한총연 회장 “참정권 제약 제거가 진정한 민주주의의 완성”
이진영 인하대 교수 “우편·전자 투표 선진국 사례로 검증…단계적 도입해야”
전문가들은 다음 재외선거인 2028년 총선에 우편·전자 투표 도입 등 개선안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예산 배정 등을 고려할 때 올해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2012년부터 14년간 재외선거를 실시해 오면서 드러난 많은 문제점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지는 충분히 논의되어 왔으며,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우편·전자 투표 역시 많은 선진국이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므로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한 시기라고 입을 모은다.

- 재외선거 제도 개선 토론회에서 발언하는 김경협 동포청장. [동포청 제공]
◇ 김경협 동포청장 = 재외선거는 시혜가 아닌 헌법적 권리다. 보안 기술은 이미 준비되었으며 이제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한 때다.
참정권은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 권리다. 재외국민들은 재외투표소가 많지 않아 투표하기 위해 수백∼수천㎞를 이동한다. 이 때문에 제21대 대통령 선거의 경우 재외국민의 10.4%밖에 투표를 하지 못했다. 거주하는 장소에 따라 참정권이 제한되지 않도록 선거제도를 설계하는 것은 ‘국민주권정부의 의무’다.
동포청은 재외선거 추가투표소가 확대되어야 하고, 투표소 접근이 어려운 원거리 재외유권자를 위해 우편투표나 전자투표(인터넷·모바일)가 실시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회와 선관위에서는 대리투표 우려가 있고, 각국의 우편제도나 인터넷 시스템 안정성 등의 우려로 도입에 매우 신중한 입장이나, 세상에 완벽한 제도란 없다. 모든 제도는 리스크 가능성이 존재한다.
동포청장 취임 후 행안위, 정개특위, 외통위 소속 의원실을 대상으로 올해 1월부터 60여회 면담을 진행했다. 그 결과 정개특위는 재외선거 제도개선을 의제로 상정하여 처음으로 국회에서 논의했다. 하지만, 결론을 도출하지 못한 채 활동이 종료된 상황이다. 동포청은 재외선거 제도개선에 대한 진전이 조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대국회 아웃리치 활동을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재외동포청은 2028년 총선에 전자투표 및 우편투표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재외선거 준비기간 등을 감안해 올해 중에 공직선거법 개정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2028년 4월 12일에 개최되는 제23대 국회의원선거에 재외선거 제도개선을 위해서는 늦어도 2027년 상반기까지는 공직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 동포청에서는 올해 안에 행안위를 통해 재외선거 제도개선 법안이 채택돼 내년 예산안에 반영될 수 있도록 대국회 활동을 지속하겠다.

- ‘2026 대륙별 회장단 초청 역량 강화 세미나’ 개회식에서 환영사 하는 고상구 세한총연 회장. [세계한인총연합회 회장]
◇ 고상구 세계한인총연합회 회장 = 전 세계 180여 개국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해왔지만, 정작 주권자로서의 참정권은 심각하게 제약받고 있다.
현행 공관 투표소 중심의 재외선거는 대도시에 거주하는 일부 유권자를 제외하고는 투표 참여를 위해 수백만 원의 비용과 며칠의 생업 공백을 감수하게 만들고 있는데 이는 ‘직무 유기’다. 참정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구조라서다. 이러다 보니 돈과 시간이 있는 자들만 투표할 수 있는 불평등한 제도라는 말이 나온다.
선거 참여를 가로막는 제약 요소를 제거할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완성될 것이다.
재외선거에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국내에서 반감 여론이 생기는 것 역시 잘못된 일이다. 선거는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므로 거주지에 따라 배척받아서는 안 된다.
OECD 38개국 중 28개국이 이미 선거에서 우편투표 제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IT 기술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이 보안을 핑계로 이를 미루는 것은 모순이다.
세계한인총연합회는 공직선거법 개정 법안의 국회 통과를 재촉하기 위해 ‘국회 국민동의청원’을 1차로 했고, 재추진할 계획이다.

[이진영 제공]
◇ 이진영 인하대 교수 = 지금까지 재외선거제도의 문제점은 대부분 충분히 논의돼 왔고, 새로운 쟁점은 크지 않다. 다만 실제 제도 개선이 지연되는 배경에는 정당 간 득표율에 미치는 영향, 선거 관리기관의 권한과 업무 범위에 대한 부담 등 정치적·행정적 고려가 작용해 왔다.
또한 해외에 거주하는 재외국민의 분산성과 접근성 문제로 인해 제도가 현장에서 충분히 뿌리내리지 못한 한계도 분명하다.
특히 재외동포가 ‘재외국민’과 ‘외국국적동포’로 이원화된 현행 구조 속에서,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재외국민의 선거권·피선거권에 대한 전향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향후에는 재외국민의 편의성과 참여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국가별 디지털 환경 격차를 고려하되, 우편투표·전자투표·현장투표를 유연하게 결합하는 방식의 개선이 요구된다. 아울러 재외선거구 신설이나 비례대표 확대 등 정치 참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특히 AI 시대를 맞아 우편·전자·현장투표를 결합한 분산형 선거관리 방식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기술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정치적 합의와 제도 설계이며, 재외국민의 접근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방향으로 단계적 도입이 필요하다.
이미 주요 국가들의 다양한 사례는 충분히 검토된 만큼, 이제는 실행의 문제다. 글로벌 한인 사회의 위상이 높아진 현재,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수준에 걸맞은 보다 적극적인 재외선거제도 개편이 필요한 시점이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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