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한인포스트) 최근 인도 서벵골(Barasat)에서 보고된 니파 바이러스(Nipah virus) 감염 사례가 국제사회의 경각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2026년 1월 25일 인도 보건당국은 서벵골의 한 민간 병원에서 발생한 신규 확진 5건을 발표했다.
초기 두 환자는 해당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남녀 각 1명)로 확인됐고, 이후 추가로 3명이 같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두 간호사는 중증 호흡기질환자를 돌보는 과정에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확진자 가운데 해당 중증 환자는 니파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검사 이전에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 당국은 즉각 해당 지역에 격리, 접촉자 추적, 긴급 감시 등 방역 조치를 실시했고 약 180명이 검사 대상에 포함됐으며 일부 고위험 접촉자는 격리 조치됐다.
세계보건기구(WHO)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보건 전문가는 1월 27일 자카르타 성명에서 인도네시아 역시 경계를 늦출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니파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백신과 특정 치료제가 없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며, 인도네시아가 대비 태세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니파 바이러스는 파라믹소바이러스과에 속하는 병원성 높은 RNA 바이러스로, 박쥐(특히 과일박쥐)와 돼지 등 동물에서 인간으로 전파되는 인수공통감염병(zoonosis)이다. 감염은 감염 동물과의 직접 접촉, 오염된 음식 섭취, 또는 사람 간의 직접 접촉으로도 일어날 수 있다.
잠복기는 통상 421일이며 경우에 따라 더 길어질 수 있다. 초기 증상은 발열, 두통, 근육통, 무력감 등 독감 유사 증상으로 시작되며, 폐 침범 시 기침·호흡곤란·폐렴으로 악화되어 호흡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뇌 감염이 발생하면 뇌염과 뇌수막염을 유발하고 혼란·의식저하·경련·혼수 등 중증 신경학적 증상을 보일 수 있으며, 치명률은 4075%에 달할 수 있다.
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니파 바이러스는 1998~1999년 말레이시아 발병 이후 전 세계 약 750건 내외의 발생이 보고됐고, 방글라데시·인도·말레이시아·필리핀·싱가포르 등에서 발병이 보고됐다. 이들 국가는 지리적으로 인도네시아와 인접해 있어 지역 내 전파 위험이 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도네시아의 현황과 대응 2026년 초 현재 인도네시아 내에서 보고된 니파 바이러스 확진 사례는 없지만, 열대기후 특성과 풍부한 과일박쥐 개체군, 활발한 국제 이동성 등 취약 요인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인도네시아 보건부는 1월 13일 자로 인도 내 사례에 대한 조기경보를 발령하고 국민 대상 예방수칙을 제시했다.
보건부가 제시한 핵심 예방수칙은 다음과 같다.
박쥐에 물린 흔적이 있는 과일은 섭취하지 말 것.
과일은 섭취 전에 철저히 세척하고 껍질을 벗겨 먹을 것.
인도 등 감염국가 방문 시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고 해당 국가의 보건 권고를 따를 것.
인도 방문 후 14일 이내에 발열, 기침, 콧물, 호흡곤란, 구토, 의식 저하·경련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할 것.
지역 차원의 감시 강화도 진행되고 있다. 자카르타 인근 반텐주(Pemprov Banten)는 수카르노-하타(Soekarno-Hatta) 국제공항을 포함한 주요 관문에서의 능동적 보건 감시 시스템을 재가동했다. 반텐주 보건국은 1월 27일 “능동 감시가 경보 수준으로 전환돼 가동 중”이라면서, 풍토병 지역에서 도착하는 모든 승객을 대상로 초기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보건검역기관(BKK)과 협력해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부는 니파 바이러스를 코로나19와 동일한 방식으로 대응할 수는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질병의 전파양상과 임상적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더욱 구체적이고 특화된 감시·대응 메커니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증상이 비특이적이고 잠복기가 길 수 있다는 점에서 조기 탐지와 접촉자 추적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보건 사각지대 위험과 정책적 과제 전문가들은 인도네시아가 지닌 보건 사각지대, 즉 의료 접근성의 지역적 불균형·농촌 및 외딴섬 지역의 검사·감시 인프라 취약성·야생동물·가축과의 접촉 빈도 등을 문제로 지적한다.
니파 바이러스는 동물원을 포함한 야외 활동, 가공되지 않은 과일·야생동물 접촉을 통해 확산될 수 있어, 농촌·어촌·열대우림 인접 지역이 특히 취약하다.
정책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보완이 필요하다.
공중보건 감시망 확충: 말단 보건소에서의 의심증례 신속보고 체계와 실험실 역량 강화.
국경·공항 검역의 표준화: 초기 건강검진 프로토콜과 고위험국가 방문자 대상의 추적 체계 확립.
동물·환경 감시 통합(One Health) 접근: 박쥐 서식지·가축 감시 강화와 지역사회 교육.
의료진 교육 및 보호구 지급: 의료현장에서의 노출을 줄이기 위한 표준조치 강화.
위험소통과 지역사회 참여: 지역 특성에 맞는 예방수칙 전파 및 전통적 관습과의 조화 모색.
전 WHO 동남아시아 지역 감염병 국장은 “니파에 대한 백신과 특이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 조기 감지와 감염 확산 차단이 최선의 방어”라며 “인도네시아는 지리적·생태학적 요인으로 잠재적 위험지역에 해당하므로 선제적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제적 협력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인도 및 주변국에서의 산발적 발생은 국경을 넘는 인구 이동과 교역을 통해 확산될 수 있어, 정보공유·검사·연구협력·백신·치료제 개발을 위한 다자적 노력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WHO와 지역 보건 기구의 기술 지원, 실험실 표준화와 역량 강화를 통한 신속 진단 능력 확보가 관건이다.
한편 감염병 전문가들은 일반 국민에게도 과일 섭취 시 주의, 야생동물 접촉 자제, 해외여행 시 보건 권고 준수 등 기본 수칙 준수를 촉구하고 있다. 정부와 보건 당국은 “현재까지 국내 확진 사례는 없지만 위험은 항상 존재한다”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 감시체계를 유지하고 지역사회와 협력해 신속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니파 바이러스의 높은 치명률과 치료수단의 부재는 지역사회와 보건시스템 모두에 심각한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가 취약성을 보완하고 경계 수준을 높이는 것은 단순한 예방조치를 넘어 지역 공중보건 안보를 지키는 필수 과제다. 정부의 지속적 감시 강화, 의료 인프라 보완, 국제협력 확대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Tya Pramadania 기자/ 편집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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