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인도네시아, 석유 산업의 다른 길

<사진출처 : 연합뉴스, 현대엔지리어링이 짓는 발릭빠빤 정유공장>

JIKS 11 / 권나경

“한국은 세계적인 석유 수출국이다.” 이 말만 들으면 마치 한국 땅에서 석유가 펑펑 솟아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국은 원유(原油) 생산국이 아니라 정제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제품을 세계적으로 수출하는 나라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면 “한국은 정제 석유제품의 수출 강국”이다.

한국은 원유 생산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휘발유, 경유, 항공유, 석유화학 제품 등 다양한 석유제품을 대량으로 수출한다. 그 배경에는 아시아를 선도하는 정유 산업이 자리하고 있다.

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정유 기업들은 수입한 원유를 정제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만들어낸다. 또한 한국은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바탕으로 첨단 정유 시설을 구축하며 세계적인 석유제품 수출국으로 성장했다. 이로 인해 한국은 “원유 수입국이자 석유제품 수출국”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반면 인도네시아의 상황은 다르다. 인도네시아는 동남아시아의 대표적인 산유국으로, 수마트라·깔리만딴·자바 등지에서 원유가 생산된다. 그러나 정유소 현대화가 늦고 일부 시설이 노후화되어 국내 수요를 충족하기엔 정제 능력이 부족하다. 국영기업 뻐르따미나(Pertamina)가 대부분의 정유소를 운영하고 있으나 생산 효율을 높이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이로 인해 인도네시아는 원유를 수출하면서도 정제된 석유제품, 특히 휘발유와 경유를 다시 수입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인구가 2억 7천만 명에 이르고 경제 성장 속도가 빠른 만큼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이를 국내 정유 능력만으로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이처럼 한국과 인도네시아는 대조적인 구조를 보인다. 한국은 원유가 생산되지 않음에도 정제 기술을 기반으로 수출 강국이 되었고, 인도네시아는 원유 자원은 풍부하지만 정제 능력 부족으로 석유제품 수입에 의존한다.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는 발릭빠빤, 찌레본, 뚜반 지역에서 대규모 정유소 현대화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일본,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해외 기업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역시 안정적인 원유 공급처 확보와 동남아시아 시장 확대를 목표로 인도네시아와의 협력에 주목하고 있다.

결국 한국은 자원 부족을 기술력으로 극복해 원유 수입국에서 석유제품 수출국으로 성장했다. 반면 인도네시아는 풍부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정제 능력 강화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두 나라는 서로 보완적인 위치에 있으며, 향후 협력 강화 여부가 동아시아·동남아시아 에너지 시장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원유를 가진 나라와 정제 기술을 가진 나라, 이 두 국가의 행보가 앞으로도 글로벌 에너지 산업에서 큰 역할을 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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