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보워, 홍수 중 성지순례 떠난 군수에 격노 “군인이라면 탈영, 즉시 해임하라”

11월 25일 화요일, 북수마트라 북타파눌리 지역의 홍수로 끊어진 다리. (BPBD Kabupaten Tapanuli Utara)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이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로 재난을 겪고 있는 지역을 뒤로한 채 성지순례(움라)에 나선 지방자치단체장에 대해 “즉각 해임”을 지시했다. 군 출신인 프라보워 대통령은 해당 행위를 ‘탈영’에 빗대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현지 시각 7일 밤, 아체 베사르의 술탄 이스칸다르 무다 공군기지에서 열린 재난 대응 조정회의에서 프라보워 대통령은 티토 카르나비안(Tito Karnavian) 내무부 장관에게 미르완 MS(Mirwan MS) 남부 아체 군수의 해임을 강력히 요구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회의에서 “재난이라는 위기 상황에서 주민을 버리고 떠나는 행위는 군인으로 치면 명백한 탈영”이라며 “도망치고 싶다면 가도 좋지만, 공직에서는 물러나야 한다. 즉시 해임 절차를 진행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위험한 상황에서 부하와 주민을 버리는 지도자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티토 카르나비안 장관은 “관련 규정상 해임 절차가 가능하다”며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내무부는 즉시 조사팀을 아체로 파견했고, 성지순례 중인 미르완 군수에게 즉시 귀국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결과, 미르완 군수는 지난 12월 2일부터 12일까지 움라 휴가를 신청했지만, 무자키르 마나프(Muzakir Manaf) 아체 주지사가 이를 승인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지사 허가 없이 출국을 강행한 것이다.

특히 미르완 군수는 출국 닷새 전인 11월 27일, 남부 아체 지방정부가 재난을 감당할 능력이 없다는 내용의 공식 서한을 상급 기관에 발송한 것으로 확인됐다. 자체적인 재난 대응 포기를 선언한 직후 사적인 종교 활동을 위해 현장을 떠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비난 여론이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한 현지 여행사의 소셜미디어 계정에 미르완 군수 부부가 메카 카바 신전 앞에서 찍은 사진이 올라오면서 불거졌다.

해당 게시물에는 군수 아내의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어, 수천 명의 이재민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부적절한 처신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는 ‘미르완 군수’와 ‘남부 아체’가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며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정치권도 즉각 대응에 나섰다. 미르완 군수가 소속된 그린드라당(Partai Gerindra)은 지난 6일 그를 남부 아체 지부장직에서 해임했다.

행정적 해임 절차는 ‘지방정부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방의회의 제안과 대법원의 판결을 거쳐 내무부 장관이 최종 집행하게 된다. 비상사태 중 무단 이탈은 중대한 의무 위반에 해당해 해임 사유로 충분하다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한편 프라보워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 참석한 다른 지방자치단체장들에게 중앙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재난 대응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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