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경찰 진압차에 20대 기사 사망… ‘과잉 진압’에 노동계 시민 학생 분노 일파만파

경찰 기동타격대의 진압차에 숨진 20대 오토바이 배달 기사 장례 행렬. 2025.8.29

국회의원 수당 인상 반대 시위 격화 속 비극… 배달 기사 사망에 여론 들끓어
동료·학생·시민들, 경찰 본부로 몰려가 “살인 경찰 처벌”… 전국적 시위 확산 조짐
대통령·경찰청장 “철저한 진상 규명” 약속… 성난 민심 수습 총력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28일 저녁,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국회의원 수당 인상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되는 가운데, 경찰 기동타격대의 진압차가 20대 오토바이 배달 기사를 치어 숨지게 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경찰의 과잉 진압에 대한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하며, 수도 전역이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대통령까지 직접 나서 유감을 표하며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지만, 사태는 전국적인 시위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건 발생] 평화 시위가 낳은 참극… 장갑차에 스러진 21살 청년의 꿈**

비극은 지난 28일 목요일 저녁, 자카르타 국회의사당 인근에서 시작됐다. 이날 노동계를 중심으로 평화적으로 시작된 ‘국회의원 수당 인상 반대 시위’는 오후 들어 일부 시위대가 경찰 저지선을 향해 돌과 화염병을 던지면서 폭력적으로 변질됐다.

경찰이 최루탄과 물대포를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서자 시위대는 인근 페좀퐁안(Pejompongan) 주택가로 흩어지며 일대는 아수라장이 되었다.

이 과정에서 오토바이 배달 플랫폼 ‘오젝 온라인(Ojek Online, 오졸)’ 소속 배달 기사 아판 쿠르니아완(Afan Kurniawan, 21세) 씨가 참변을 당했다.

목격자 증언과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확산된 영상에 따르면, 쿠르니아완 씨는 음식 배달을 위해 혼잡한 현장을 지나다 길을 건너던 중 넘어졌다.

바로 그때, 시위대를 향해 빠른 속도로 돌진하던 기동타격대(Brimob, 브리몹) 소속 바라쿠다(Barracuda) 진압차가 그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차량은 멈추지 않고 현장을 빠져나갔으며, 쿠르니아완 씨는 현장에서 즉사했다. 생계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배달에 나섰던 젊은 가장의 비극적인 죽음에 시민들은 깊은 슬픔과 함께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정부·경찰 대응] 대통령 직접 사과… 관련자 7명 체포 및 조사 착수**

사건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정부와 경찰 당국은 즉각 수습에 나섰다.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29일 대통령궁을 통해 공식 성명을 내고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과잉 대응에 충격과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깊은 애도를 표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절차와 법규를 위반한 경찰관에 대해 단호하고 투명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하며, 경찰청장에게 철저한 진상 규명을 지시했다.

리스티요 시깃 프라보워 경찰청장 역시 사건 직후 희생자의 시신이 안치된 칩토 망운쿠수모(Cipto Mangunkusumo) 병원을 직접 방문해 유족과 동료 배달 기사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경찰청 감찰과는 즉각 내부 조사에 착수, 사고 장갑차에 탑승했던 기동타격대 소속 C 경정을 포함한 대원 7명을 전격 체포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프라모노 아눙 자카르타 주지사 또한 희생자의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하고, 이번 시위로 발생한 부상자 38명 전원에 대한 치료비 전액을 주정부가 부담하겠다고 발표하며 시민들의 자제를 촉구했다.

[시민사회 반응] “정의를 바로 세워라”… 분노의 불길, 자카르타를 뒤덮다

그러나 정부와 경찰의 신속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성난 민심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참혹한 사고 당시 장면이 담긴 영상이 SNS를 통해 빠르게 퍼지면서 여론은 들끓고 있다.

동료의 비극적 죽음에 격분한 수백 명의 ‘오졸’ 기사들은 사고 직후부터 중부 자카르타 퀴탕(Kwitang)에 위치한 기동타격대 본부 앞으로 몰려가 밤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살인자를 처벌하라”, “정의는 어디 있는가”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진상 규명을 촉구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군중이 인근 경찰 초소에 불을 지르는 등 과격한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학생 사회도 즉각 행동에 나섰다. 인도네시아 전국학생자치위원회(BEM SI)와 인도네시아 대학교 학생자치위원회(BEM UI)는 29일, 수도권 경찰청 앞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를 열고 경찰의 폭력적인 진압 행태를 강력히 규탄했다.

‘경찰 개혁’과 ‘정의 구현’을 외친 학생들은 행진을 벌이며 ▲경찰청장 및 수도권 경찰청장 해임 ▲폭력 경찰관 전원 처벌 ▲구금된 시위 참여자 석방 ▲경찰 조직 전면 개혁 ▲희생자 죽음에 대한 국가의 공식 책임 인정 등 5대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BEM SI 측은 “국민의 보호자가 아닌 억압자로 변질된 경찰을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며 전국적인 동시 시위를 예고했다.

사회적 갈등 비화 우려… ‘경찰 개혁’ 시험대 오른 프라보워 정부**

단순 과실치사 사건을 넘어 국가 폭력 문제로 비화된 이번 사태는 인도네시아 사회의 뿌리 깊은 불신과 갈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국회의원 수당 인상안으로 촉발된 반정부 정서가 경찰의 과잉 진압이라는 도화선을 만나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는 형국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프라보워 신임 정부의 국정 운영 능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가늠할 첫 번째 중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물론,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분출된 ‘경찰 개혁’ 요구에 정부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에 따라 향후 정국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자카르타에서 시작된 분노의 함성이 전국으로 확산될 경우, 인도네시아 사회 전체가 혼란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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