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람의 몸짓

바람은 어디로 가나
주사위 구르듯 미혹의 거리를
날마다 배회하는 남자여

그대의 몸속에는 변태의 피가 흐르고
남루한 걸인이 되어
신비한 궁전을 맴 도는가!

굳게 닫힌 성문에 서리 꽃이 피면
겨울은 비수처럼 잔인하다
남자는 추위를 견딜 수 없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욕망의 샘물

사랑은!
토막 난 거머리가 스멀스멀
살아나는 괴물인가!

검은 망토 날리는
변검의 마술사처럼 현란하게
춤을 추다가 무채색의 시간 속으로
쓸쓸히 흘러가는 몸짓일까?

*변검: 얼굴에 쓴 가면을 순식간에 바꾸는 기술

 

시작 노트:

사람의 힘으로 풀어낼 수 없는 사랑의 형상, 이는 보이지 않는 신의 영역이 아닐까? 인간은 근엄한 신전 앞에서 평생을 기웃거리며 신의 눈치를 살피고, 울고 웃는 광대처럼 살아간다. (김준규)

기사가 정보에 도움이 되셨는지요? 기사는 독자 원고료로 만듭니다. 24시간 취재하는 10여 기자에게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한국 인도네시아 문의 카톡 아이디 haninpost

*기사이용 저작권 계약 문의 : 카톡 아이디 hanin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