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최초의 TV 대선후보 정책토론회를 보고

(2014‎년 ‎6‎월 ‎16‎일)

한상재 칼럼

지난 9일 밤은 뜨거운 밤이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정치 역사상 최초의 TV토론회가 열렸기 때문입니다. 물론 참석자는 두 후보 진영입니다. 기호 1번 프라보워-하따 조와 기호 2번 조코위도도-유습칼라 조입니다. 오는 7월 9일 대선 투표일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열린 첫 토론회는 좀 어색하기는 했어도 그런대로 흥미진진했습니다.

방청객들은 두 진영으로 나뉘어 앉았습니다. 그런데 프라보워 진영은 아예 같은 유니폼으로 맞춰 입고 나와 프라보워-하따가 무슨 말을 마칠 때마다 큰소리로 지지를 표시했습니다. 사회자의 제지를 받았지만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했습니다. 반대로 조코위-JK 쪽 지지자들은 비교적 점잖은 편이었습니다.

처음 시도해보는 TV 정책 토론회지만 그런대로 잘 진행되었습니다. 그러나 좀 아쉬운 것은 사회자의 통제가 많이 부족해 보였다는 점입니다. 말을 끊을 때 즉시 끊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고 질문에 대하여 대답을 하는 후보가 엉뚱한 답변을 하는 것도 지적을 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전반적으로 사회자가 얼었다는 표현으로 대신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신감이 부족했다는 생각입니다.

어쨌든 첫 토론회에서는 조코위-JK의 공략에 프라보워-하따가 밀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은 조코위가 좋은 말만 하고 JK는 상대의 나쁜 점을 끄집어 내며 협공작전을 구사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프라보워-하따 측은 좀 불안할 정도로 프라보워가 모든 것을 주도하며 하따에겐 시간을 주지 않았습니다.

조코위 후보는 차분한 어조로 자신의 솔로 시장과 자카르타 시장 재직 당시의 성공적 스토리를 전개해 나갔습니다. 자신은 시장 상인이나 농민, 어려움을 당한 백성들을 직접 찾아가 그들의 소리를 듣고 거기에 맞는 정책을 세운다고 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자카르타 따나아방 시장 정리고 북부 자카타르타 서민주택 해결이라고 자랑했습니다. 그러나 JK는 달랐습니다. 직설적으로 프라보워의 인권문제 의식을 문제 삼고 나온 것입니다.

물론 JK가 인권 문제를 들고 나온 건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한 고의적 공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프라보워 후보가 거기에 쉽게 반응했습니다. 하지만 JK는 자신이 적십자사 총재를 하면서 느끼고 해결한 업적들을 나열하였습니다. 그는 프라보워처럼 군대의 동원 없이 오직 대화라는 방식을 통해서 술라웨시 뽀소 테러사건, 암본 종교분규, 그리고 아체 통합 등을 이뤄냈다는 주장을 편 것입니다.

반면 프라보워 후보는 너무 감정을 앞세운 나머지 자신의 거대한 정치적 꿈만 계속 토해 냈습니다. 하따는 국회의원 시절의 경험도 많고 10년이나 되는 행정부 장관직 수행 업적도 있지만 아쉽게도 발언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이미 이들 두 진영은 선관위가 마련한 공명선거 결단식에서 한판 붙은 바 있습니다. 당시는 완벽하게 조코위가 졌습니다. 그러나 조코위는 1차 접전에서 진 것을 TV 토론에서 만회하였습니다.

사실상 첫 TV 토론과 마지막 토론은 매우 중요한 인상을 주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프라보워의 질문은 조코위가 가장 두려워하는 내용을 선택했어야 합니다. 말하자면 조코위는 메가와띠의 꼭두각시가 아니냐 아니면 수렴첨정을 하려는데 대해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 등의 질문을 선택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지방선거 비용문제를 질문으로 선택했습니다. 군수나 주지사 혹은 지방위회의원 선거에 수조 루피아가 드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물었습니다.

또 새로운 주와 군으로 독립을 요청하는데 대해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해 물었습니다. 조코위 측은 얼씨구나 이게 웬 떡이냐 했을 것입니다. 즉시 조코위와 JK는 빈격에 나섰습니다. 새로운 주와 군의 독립을 허가해 주되 자립하지 못하면 다시 회수하는 방식을 선택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미 잘못 질문했구나하는 느낌을 받았을텐데도 프라보워는 다시 지방정부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지방정부를 독립시키는 기준에 대해 질문한 것입니다. 인구의 많고 적음이냐 면적이 크고 작으냐를 기준으로 할 것인지 물었습니다.

역시 조코위는 차분하게 기준은 문제가 될 게 없다고 답변함으로서 프라보워의 질문을 완벽하게 차단했습니다. 문제는 효율성이라는 말로 간단히 제압한 것입니다.

하여간 대선후보 첫 정책토론회는 끝났습니다. 좀 아쉬운 면이 있다면 두 후보의 지난 과거사에 대한 언급은 많았던 반면 앞으로 어떤 정책을 펴겠다는 정책제시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앞으로 있을 토론회에서 곧 다뤄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직도 4번의 대선후보 TV 정책토론회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글. 한상재 /
자연과 환경대표.
한인포스트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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