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 대한 중국의 스마트 외교

글. 이선진 서강대 동아연구소 교수 전 주인도네시아 대사

[이선진 칼럼]

지난 1월 말 라오스 중부도시 루앙프라방에서 출발해 라오스-중국 국경까지 여행했다. 14시간 장거리 버스 여행 도중 라오스 철도, 발전용 댐 및 이주민 정착촌, 경제 특구 등 대규모 건설 현장을 목격했다.

모두 중국 지원 사업이다.지난 2013년 1월 이 구간을 처음 여행했다. 히말라야 연봉 끝자락에 있는 고산지역 주민들의 궁핍한 모습, 특히 헐벗은 어린이들이 찻길에서 놀던 모습에 가슴이 찡했던 당시 광경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그로부터 6년. 그 고산지역에 상상을 초월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우선, 라오스 철도가 건설되고 있다. 이 철도는 중국 국경에서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까지 총 414km로 그 중 63%가 터널과 교량(협곡 연결) 건설일 정도로 대단한 난공사다. 중국은 또한 라오스 철도와 연결하기 위해 중국에 500km의 새로운 철도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내 구간과 라오스 철도 건설에 100억~120억 달러를 투자를 하고 있다. 라오스와 중국 여행 도중 공사현장을 여러 차례 목격할 수 있었다. 이 철도는 2021년 완공된다. 중국은 라오스 철도를 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철도문제는 아세안 모두에게 공통관심사이다. 동남아 국제열차 개통은 트럭에 의존하는 현재 수송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이 지역 경제통합을 한층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중국은 이를 노리고 철도 사업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 있으며, 그 전초기지를 라오스에 구축하고 있다.댐 공사현장도 지났다.

중부 내륙 남우(Nam Ou)강의 댐 건설 현장과 이주민 정착 마을을 통과했다. 중국은 이 댐을 포함 수력, 화력 발전소 4기를 건설 중이며 공사비가 총 70억 달러에 달한다. 라오스에서 생산한 전기는 중국, 태국, 베트남 등 다른 나라에 수출한다.수송능력 개선으로 경제통합 가속화 메콩 유역의 댐 건설은 전략적 의미도 있다.

중국은 메콩 강 상류, 즉 중국 남부, 라오스, 캄보디아에 댐을 여러 개 건설하고 있으며 향후 추가 건설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댐 건설은 하류 지역에 어업, 환경, 보건 등 다양한 영향을 미치고, 무엇보다 가뭄 때 극심한 물 부족을 초래한다. 2016년 메콩 유역에 극심한 가뭄이 들었을 때 베트남은 중국의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중국이 언제인가 물 공급을 외교무기로 사용할 지도 모른다. 한편 라오스 곳곳에 중국 경제 특구가 조성되고 있다. 필자는 국경지역에 조성하고 있는 경제특구 공사 현장을 통과하면서 특구의 면적과 건축물 규모에 놀랐다. 라오스는 인구 700만 명, 개인소득 2300달러의 작은 나라이다. 중국은 이 나라에 150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인프라 건설을 진행하고 다양한 사업으로 라오스에 아세안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고 있다.

이는 수혜국 상환능력 이상으로 원조를 준 후 자기 이익만 챙기는 “빚의 함정(debt-trap) 외교”의 전형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왔다.이번 여행에서 중국의 행태에 새로운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 우선, 중국은 라오스 건설 공사에 중국 노동자가 아닌 현지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중국 언론은 이를 자랑하고 있으며, 공사 현장에서 중국 노동자들이 무리를 지어 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중국은 현지 노동자에 대한 급여, 이주민에 대한 보상 및 정착촌 지원 내역을 상세 공개하고 있다. 앞으로 고산지대 산골마을 사람들도 철도를 이용하고 전기를 공급받을 것이다.

이들에게 상상하지 못할 혜택이다.중국은 또한 통신 위성을 쏘아 올려 라오스 통신 문제를 해결해 주었다. 이 나라 산골 마을들이 고산지대에 널리 흩어져 있어 통신문제가 보통이 아니다. 중국 통신 위성 덕택에 와이파이를 이용해 태국 TV를 보거나 국제전화, 인터넷 사용이 크게 늘고 있다. 아세안 상대 연성외교 주목해야 그동안 중국은 동남아 지역에 영향권을 구축하는 한편 아세안과 경제통합을 추진해 왔다.

지난 6년간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추진하면서 나쁜 선례를 남겼다. 부패한 정권과 비밀 거래를 맺거나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해 주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힘과 돈의 외교로 주변국과 마찰을 빚었다. 말레이시아, 미얀마, 스리랑카 등에서 그 예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목격한 라오스 주민들의 마음을 사고 투명하게 계약을 이행하는 모습은 의외였다.

이에 대한 판단은 아직 이르지만, 중국이 이 지역에서 힘과 돈 만으로 영향권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였으면 좋겠다. 중국이 아세안의 개방화, 민주화 및 경제 수준에 맞는 연성 외교(soft diplomacy)를 진정성 있게 펼칠지 지켜볼 일이다. <내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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