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인도네시아서 로힝야족 난민 만나 위로

亞·오세아니아 4개국 사목방문…호텔·고급차 대신 대사관·일반차량 이용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두 대륙에 걸친 대장정에 나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첫 사목 방문지인 인도네시아에 도착했다.

교황을 태운 전용기는 3일 오전 11시 19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인근 수카르노 하타 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전용기에서 내린 교황은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며 마중 나온 인사들과 인사했다. 교황은 특별한 발언 없이 하이브리드차인 흰색 다목적차량(MPV) 도요타 이노바 제닉스를 타고 숙소인 자카르타 주재 교황청 대사관으로 이동했다.

현지 안타라 통신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당초 고급 방탄 세단을 제공하려 했지만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하는 교황이 이를 거부해 인도네시아에서 널리 쓰이는 차량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숙소도 고급 호텔이 아닌 교황청 대사관을 택했다.

이냐시오 수하료 추기경은 “교황은 인도네시아 주재 교황청 대사관에 머무르고 수행원들만 호텔을 이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이날 공항에서 숙소로 이동하면서 뒷좌석이 아닌 운전석 옆 조수석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이동하는 동안 그를 환영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자카르타 시민들을 향해 창밖으로 손을 흔들기도 했다.

교황 방문에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교황의 방문이 역사적인 일이라며 “인도네시아와 교황청은 평화와 형제애를 증진하고 인류의 복지를 보장한다는 의지를 함께 갖고 있다”고 밝혔다.

교황은 이날 특별한 외부 일정 없이 숙소에 머물며 휴식할 예정이었지만 교황청 대사관에서 난민과 이주민, 환자 등을 만나 위로했다.

교황청이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으나 교황이 미얀마에서 박해받는 소수민족 로힝야족 난민을 비롯해 소말리아와 스리랑카 등지에서 건너온 난민과 이주민 등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세 번째 교황이다. 바오로 6세 교황이 1970년 처음 인도네시아를 찾았고 1989년에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방문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약 90%가 무슬림으로 세계에서 무슬림이 가장 많은 나라다. 반면 가톨릭 신자는 전체 인구의 3%뿐이다. 하지만 인구가 많아 신자 수로 따지면 800만명이 넘어 필리핀, 중국에 이어 아시아에서 3번째로 많다.

특히 인도네시아 성 베드로 메이저 신학교는 재학생 수 기준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가톨릭 신학교로 꼽힌다.

교황의 이번 인도네시아 방문 표어는 ‘신앙, 형제애, 연민’이다.

교황은 4일 오전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나 좀처럼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자지구 전쟁 문제를 논의한다.

5일에는 자카르타에 있는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 모스크인 이스티크랄 모스크와 맞은편에 있는 자카르타 대성당을 연결하는 ‘우정의 터널’을 둘러본다.

이 터널은 인도네시아를 대표하는 모스크와 가톨릭 성당을 지하로 연결해 인도네시아 종교 화합을 상징한다.

이어 자카르타 중심부에 있는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 경기장에서 대규모 야외 가톨릭 미사를 집전한다. 인도네시아 당국은 이날 행사에만 약 8만명의 가톨릭 신자가 참석할 것으로 예상한다.

교황 방문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만일의 사고에 대비해 보안 경비를 강화했다.

교황 전용기가 도착한 수카르노 하타 공항에는 자카르타 경찰을 비롯해 인도네시아군, 항공보안청 인력이 배치됐다.

5일 GBK 야외 미사에는 약 1만명의 경찰과 군인이 투입된다.

교황은 6일 인도네시아를 떠나 13일까지 파푸아뉴기니와 동티모르, 싱가포르를 순방한다. (정치부, 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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