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지방선거 출마 불가”에도 국회 총대 메…야당·시민단체 수천명 시위
장남은 법 개정해 부통령 당선…학계 “인니 민주주의·법치주의 후퇴” 비판
지방 선거법 개정에 뿔난 민심은 어제 밤(8.22일) 늦게까지 자카르타뿐만 아니라 반둥 족자 등 전국 주요도심에서 방화와 기물 파손으로 이어졌다.
시위대는 화염병과 돌을 던지며 무력진압에 경찰 차량을 불태우고 거세게 시위했다.
성난 민심은 8월 22일 저녁 자카르타 중부 국회의사당 건물 주변과 여러 지점에서 지방 선거법 개정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인도네시아 국회가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 차남이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있도록 선거법을 바꾸려 하자 이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22일 안타라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야당인 인도네시아 노동당을 비롯해 대학생, 시민단체 회원 등 수천 명이 수도 자카르타에 있는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선거법 개정 추진에 반대했다.
이들은 “헌법재판소 판결을 존중하라”며 선거법상 출마 연령을 바꿔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자카르타 경찰은 국회를 비롯해 도시 전역에 치안 인력을 긴급 배치했다.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이유는 국회가 조코위 대통령 차남의 지방선거 출마가 가능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하려고 해서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오는 11월 전국의 주지사와 부주지사, 시장 등을 뽑는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인도네시아 선거법에서 주지사나 부주지사에 출마하려면 30세 이상이어야 한다.
하지만 조코위 대통령 차남 카에상 팡아릅은 1994년 12월 25일생으로 올해 생일에 30세가 된다.
이를 놓고 지난 5월 인도네시아 대법원은 선거법에서 말하는 연령은 후보자가 당선된 후 취임할 때 연령을 기준으로 한다고 판단했다. 이번 선거에서 뽑히는 주지사는 내년에 취임하는 만큼 올해 말 30세가 되는 카에상도 선거에 나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헌재는 지난 20일 대법원 판단을 뒤집고 후보 등록일 기준 30세가 돼야 출마가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조코위 대통령을 지지하는 대다수 당은 카에상이 출마할 수 있도록 선거법 개정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날 대규모 시위가 열리면서 국회는 일단 이날 오전에는 선거법 개정안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다만 오는 26일이 이번 선거에 대한 각 당 후보자 지명 마감일인 만큼 조만간 법안을 통과시킬 전망이다.
이번 일로 인도네시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다시 한번 후퇴할 위기에 놓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코위 대통령 장남이자 카에상 형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는 지난해 선거법 개정을 통해 지난 2월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부통령에 출마할 수 있었고 이후 당선돼 취임을 앞두고 있다.
인도네시아 선거법은 대통령과 부통령 출마 연령을 40세 이상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헌재는 지방자치단체장으로 선출된 사람은 연령 제한을 받지 않아야 한다는 헌법소원 청구를 인용해 수라카르타 시장이던 30대 기브란의 출마 길을 열어줬다.
이 과정에서 조코위 대통령의 매제이자 기브란의 고모부인 헌재 소장이 사건을 기피하지 않고 배석해 이해충돌 방지 위반으로 소장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이를 놓고 많은 이들이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며 비난했는데 비슷한 일이 다시 한번 벌어지게 된 것이다.
2014년 대통령에 당선된 조코위는 정치인 가문이나 군인 출신이 아닌 사업가 출신으로 대통령에 뽑혀 인도네시아의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인물로 평가받았지만, 퇴임을 앞두고 인도네시아 민주주의 후퇴의 주역이 되고 있다.
비비스리 수산티 젠테라 법대 교수는 “이번 일은 입법부가 사법부의 판결을 뒤집으려는 것으로 이는 사법부 무력화”라고 비난했다.
국회는 하루만에 본회의에서 법안 규정을 통과시킬 계획이었다. 그러나 성난 민심이 폭발하자 의원들이 불참해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해 회의가 연기되었다. <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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