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키트 수요도 급증…”유급휴가 지원·병가제도 마련돼야”
질병청, 코로나19 대책반 확대·운영…”유행관리 총력 대응”
코로나19 대응체계, 1개반 2개팀→1개반 5개단 12개팀 확대
“처음에는 감기인 줄 알았는데, 예전에 겪은 코로나19 증세랑 거의 똑같더라고요.”
직장인 강모(29) 씨는 최근 친구 9명과 단체로 여름휴가를 떠났다가 코로나19에 걸렸다. 일행 중 6명이 집단 감염됐다고 한다.
2년 만에 다시 확진 판정을 받은 강씨는 어쩔수 없이 개인 약속을 줄줄이 취소해야 했다.
지난해 6월 ‘엔데믹’이 공식 선언된 지 1년여 만에 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재유행하면서 마스크, 진단키트 등을 찾는 사람들도 다시 늘고 있다.
직장인 박모(35) 씨는 “목이 부어서 냉방병을 의심하고 있는데 주변에서 여러 명이 코로나에 걸려 불안하다”며 “약국이나 편의점에 키트가 남아 있으면 사들이는 중”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유모(33) 씨도 “팀에서 코로나19 확진자 3명이 한꺼번에 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마스크를 사 왔다”며 “주말에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어서 코로나19에 걸리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에 대한 휴가 규정을 사업체들마다 다르게 적용하는 탓에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다소 혼란스럽다는 반응도 나온다.
엔데믹과 함께 코로나19는 독감과 같은 4급 감염병으로 등급이 낮아져 격리 의무가 없어진 탓에 원칙적으로는 확진이 되더라도 정상 출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사업장의 경우 감염 위험 등을 들어 휴가를 쓰도록 강제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진단을 받았다는 직장인 김모(30)씨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마스크 착용 후 정상 출근을 하려고 했지만 상사 지시에 따라 개인 연차 3일을 소진했다.
김씨는 “일 년에 연차가 얼마 되지 않아 하나하나가 소중한데 3일이나 강제로 쓰게 됐다”며 “이제 코로나19는 감기처럼 가벼운 질병이라고들 얘기하는데 상사 눈치가 보여 출근하고 싶다는 의사도 제대로 밝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감염병 유행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혼란을 줄이려면 유급병가제도가 정착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노무법인 오늘 고양지사의 문가람 공인노무사는 “법상으로 병가 규정이 없어 근로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취약한 것이 문제”라며 “정부 차원에서 유급휴가를 장려하고 일정 부분 기업에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점규 직장갑질119 운영위원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은 코로나19로 하루 일을 못 하면 굉장히 힘들어지는데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전염병 재확산으로 다시 나라 전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며 “국가 차원의 휴업 수당으로 기업 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유급병가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방역당국은 코로나19 여름철 유행에 총력 대응하고자 코로나19 대책반을 확대·운영한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대책반을 1개반 2개팀에서 1개반 아래 상황대응단, 상황총괄단 등 5개단 12개팀으로 조직을 확대하고 유행 상황 조사와 분석, 국외 감시, 치료제 수급 관리 등을 더욱 철저히 하겠다고 12일 밝혔다.
대책반장 역시 기존 감염병위기관리국장에서 질병청장으로 변경해 보다 신속한 대응에 집중할 계획이다.
질병청이 병원급 의료기관 220곳을 표본 감시한 결과, 올해 코로나19 입원환자 수는 2월 첫째 주(875명) 이후 계속 줄다가 지난 6월 말부터 증가세로 전환한 뒤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이달 첫째 주에는 861명이 신고돼 2월 수준까지 늘었다.
질병청은 지난 2년간의 코로나19 유행 추세를 고려할 때 이달 말까지는 환자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유행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지 청장은 “올여름 코로나19 입원 환자가 증가하고 있고, 현재 환자 중 65세 이상 어르신이 65% 차지하는 등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라며 “건강하고 안전한 여름을 보내기 위해서는 실내 환기,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감염병 예방 수칙 준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다만 현재 유행하는 오미크론의 후손 격인 KP.3 변이의 중증도와 치명률은 크게 높지 않은 편으로 보고 있다.
지 청장은 “KP.3에 대한 국내외 기관 분석 결과 중증도와 치명률이 이전 오미크론 변이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평가된다”며 “오미크론 유행 이후인 2022∼2023년도 국내 코로나19 치명률은 0.1% 수준이고, 특히 50세 미만은 0.01% 미만이므로 이번 여름철 유행에 지나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