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간 르바란 연휴를 마치고 16일 외환시장이 개장하자마자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이 수식 상승했다.
루피아/달러 환율은 2020년 이후 50개월 만에 처음으로 16,000루피아를 넘어서면서 개장 한 시간이 지나면서 16,225루피아까지 치솟았다.
이후 인도네시아 당국이 개입에 나서 달러를 방출하면서 종반에는 16,170루피아 대로 마감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 확대 우려, 미국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더해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의 중국 경제지표까지 발표되면서 16일 인도네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치는 일제히 하락했다.
10년물 미 국채 금리와 달러화 가치가 5개월여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오른 가운데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은 16,200루피아까지 올랐고 아시아 주요국 통화 가치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내렸다.
◇ 강달러에 원화 가치 급락…”엔/달러·금값 추가 상승 가능”
고금리 우려 속에 유로화·엔화 등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장중 106.437을 찍어 5개월여 만에 최고를 기록했고, 아시아 통화 가치는 약세를 보였다.
이날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달러 고시환율을 7.10위안 위로 올린 가운데, 특히 원화와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 하락이 두드러졌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한때 2022년 이후 처음으로 1,400원을 넘어서며 1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당국의 구두개입 이후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전장 대비 10.5원 오른 1,394.5원을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환율이 2022년 고점 부근인 1,450원까지 오를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 루피/달러 환율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대만달러/달러 환율은 2016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 링깃/달러 환율도 1998년 이후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엔/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54.49엔을 찍으며 34년 만에 최고 수준을 또다시 새로 썼다.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등은 엔/달러 환율이 160엔으로 오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티로웨프라이스는 170엔 전망까지 꺼내 들었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가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 속에 전날 4.66%를 찍으며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 미 10년물 금리는 4.629%에 거래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 (서울=연합뉴스) 16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400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중구 명동거리 한 환전소에서 거래되고 있는 환율. 2024.4.16
◇ 아시아 주요지수 2% 안팎 하락…코스피 2.28%, 닛케이 1.94% ‘털썩’
블룸버그통신·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이날 일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전장 대비 1.94% 내린 38,471.20에 장을 마쳤다.
한국 코스피(-2.28%)를 비롯해 호주 S&P/ASX 200지수(-1.81%), 대만 자취안 지수(-2.68%) 종가도 2% 안팎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1.65%)와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1.07%)도 하락했다. 한국시간 오후 3시 55분 기준 홍콩 항셍지수는 2.21% 내린 상태다.
이날 아시아 증시는 장초반 15일 미국 시장 흐름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앞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65%)를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20%), 나스닥지수(-1.79%) 등 뉴욕증시 3대 지수는 모두 하락 마감한 바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 이후 이란이 확전 자제 의사를 밝히면서 시장 불안이 다소 진정되는 듯 했지만, 이스라엘 측이 보복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게다가 미국의 3월 소매 판매지수가 전월 대비 0.7% 늘어 시장 예상(0.3%)을 뛰어넘는 증가세를 보이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된 점도 증시에는 부담으로 작용했다.
투자자들은 당초 기대했던 6월 대신 9월에 첫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것으로 전망을 수정하고 있으며, 연내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기대도 0.25%포인트씩 3차례에서 1∼2차례로 줄어드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신중론이 연이어 제기되는 가운데,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중국의 1분기 경제지표도 시장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부족했다.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5.3% 상승, 블룸버그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 4.8%를 넘어섰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경기 회복을 위해 내수를 중시하는 상황에서 3월 소매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해 시장 전망(+4.8%)을 밑돌았고, 3월 공업생산도 전년 동기 대비 4.5% 올라 시장 전망(+6%)에 못 미쳤다.
블룸버그는 1∼2월 중국 경제가 양호했고 2월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기간 일시적인 소비 진작 효과가 있었지만, 추가적인 부양책 없이는 효과가 지속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5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0.28% 오른 배럴당 85.65달러, 6월물 브렌트유 가격은 전장 대비 0.28% 오른 90.35달러다.
안전자산 선호 속에 금값은 전장 대비 0.7% 오른 온스당 2,373.34달러다.
금 가격은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직전인 12일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천400달러선을 넘어선 바 있다.
씨티그룹은 최근 금 가격 움직임이 미국 금리나 달러화 움직임과 탈동조화됐으며 각국 중앙은행의 매입, 지정학적 우려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향후 6∼18개월 사이 금 가격이 온스당 3천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봤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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