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의대 중 3곳 사직 결의…오늘 19개 의대 ‘집단사직’ 결정

서울대·가톨릭대·울산대 ‘결의’…정부의 전향적 변화 촉구”
교수들, 전공의 떠난 ‘의료 공백’ 메워 와
당장 의료현장 떠날 가능성 작지만, 환자들은 ‘불안’ 떨어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는 의대 중 3곳의 교수들이 사직을 결의하면서 의료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12일 출범한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의대 증원 반대와 전공의 보호를 위한 사직 결의에 대해 19곳 의대 교수들의 뜻을 모으기로 했다.

의대 교수들은 집단사직을 예고하면서도 우선 환자 곁을 지키겠다고 강조하지만, 상황이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전공의들의 복귀가 요원한 가운데 교수들마저 병원을 떠나면 지금보다 더 큰 진료 차질이 불가피해 환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정부-의료계 갈등 장기화
정부-의료계 갈등 장기화

◇ 서울대·가톨릭대·울산대 교수들 ‘사직 결의’…전국 확산 조짐

15일 의료계에 따르면 각 의대 교수협에서 집단으로 사직서 제출을 결의한 건 서울대와 가톨릭대, 울산대 등 3곳이다. 모두 ‘빅5’ 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두고 있다.

의대 3곳 교수들 모두 사직서 제출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으나, 전공의들이 면허정지 등으로 피해를 볼 경우 언제든 행동에 옮길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정부는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사전 통지를 하는 등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가톨릭의대 교수협은 이날 성명서를 내 “정부의 위압적인 대응이 계속될 경우 응급 상황을 제외한 수술 및 입원 중단을 포함한 진료 축소, 전체 교원 대부분이 동의하는 자발적 사직 등의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 변화를 촉구한다”고 했다.

나머지 ‘빅5’ 병원인 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을 각각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와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도 집단행동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연세의대 교수 비대위는 오는 18일 회의를 열어 대응 방안을 결정한다. 성균관의대 교수협은 이번 주 안에 비대위를 출범해 다른 대학과 협력하기로 했다.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비대위에 참가한 의대 교수들의 사직서 제출 여부에 대한 논의를 이날까지 마치기로 했다.

이날 오후 늦게 온라인 회의를 열어 각 의대 교수가 그간 논의한 내용과 처한 상황을 공유할 예정이다.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는 지난 12일 출범 당시 의대 19곳이 참여했으나, 이날 회의에 참여하는 의대 숫자는 변동될 수도 있다고 내부 관계자가 전했다.

이들은 의대생과 전공의가 무사히 복귀해 각각 교육과 수련을 마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다고 밝혔다.

이들과는 별개인 전국의대교수협의회도 대학별 상황을 공유하며 사태의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교수들의 집단행동을 논의하는 가운데 수련병원들도 전공의 수련이 재개될 수 있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지난 13일 이사회를 열어 전공의들이 수련에 매진할 수 있도록 정부는 열린 마음으로 소통하고, 의료계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의견을 나눴다.

윤을식 대한수련병원협의회장은 이 자리에서 “각 수련병원은 국민의 건강과 전공의 수련을 위해 계속 노력해달라”며 “무엇보다 현장의 의료공백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병원서 이동하는 의료진
대학병원서 이동하는 의료진

◇ 교수들 당장 떠날 가능성 작지만…환자들 ‘전전긍긍’

전공의들이 지난달 19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병원을 떠난 후 교수들과 전임의들은 이들의 공백을 메워왔다.

비상진료체계 가동을 위해 이들은 외래 진료와 수술, 야간 당직을 모두 도맡아왔다.

수도권의 한 수련병원에서 근무하는 50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전공의들이 다 빠져나가면서 하루걸러 야간 당직을 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며 “사직을 생각하진 않지만 몸도, 마음도 한계에 부딪힌 건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의대 교수들은 잇따라 사직을 예고하면서도 ‘우선은’ 환자 곁을 지키겠다는 입장이다.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를 이끄는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도 사직서를 제출하더라도 수리 전까지는 환자 진료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복수의 의대 교수들은 사직서를 제출하고 환자를 떠나겠다는 게 아니라, ‘강대강’으로 치닫는 의·정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데 주목해달라고 강조한다.

서울의 한 의대 교수는 “우리는 진료를 보는 의사이자,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자이기도 하다”며 “환자와 의대생, 전공의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사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수들이 집단 사직을 결의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환자와 보호자들은 극심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아버지가 항암 치료를 받고 있다는 40대 여성은 착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담당 교수님이 다른 말씀은 하지 않으시지만, 혹시나 사직하시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라며 “전공의나 의대생은 보호해야 하고, 정작 환자는 중요하지 않다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 상담 수는 68건으로, 이 중 피해신고가 접수된 건 12건이다. 절반인 6건이 수술 지연 사례였다.

지난달 19일부터 누적한 총 상담수는 1천367건이다. 피해신고가 접수된 건 504건이고 이 중 수술 지연이 348건, 진료 취소가 88건, 진료 거절이 45건 등이었다.

공공·대학병원 봉직의도…”전공의 처벌시 사직할 것”
병원의사협의회 설문서 3천여명 중 90% “사직서 제출하겠다”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들 “전공의 굳건히 지지…정부 대화 나서 달라”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며 월급을 받는 봉직의들도 “정부의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강행은 부당하며, 정부가 전공의에 사법 조치를 취할 경우 사직하겠다”고 밝혔다.

대한병원의사협의회는 지난 8일부터 14일까지 회원 3천90명을 대상으로 현 의료공백 사태와 관련한 설문 결과를 15일 공개했다.

협의회에 따르면 이번 설문은 일반 병의원, 대학병원, 공공의료기관에서 일하는 봉직의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3천90명 중 대학병원에 근무하는 의사가 1천2명(32.4%)으로 가장 많고, 의원 봉직의 891명(28.8%), 중소병원 봉직의 635명(20.6%) 등이었다.

응답자의 96%(2천967명)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필수의료 정책패키지 강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부당한 조치로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했다.

“부당하지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한 비율은 3.4%(106명)였고, “합당한 조치이므로 정부의 방침에 동의한다”는 비율은 0.3%(10명)였다.

“전공의를 비롯한 대한의사협회 회원이 면허정지 등 사법적 조치를 당한다면 사직서 제출 등의 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는 90%(2천782명)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 응답자는 10%(308명)였다.

협의회는 이 같은 설문 결과를 바탕으로 “절대 다수의 봉직의 회원들은 정부의 정책 강행이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 회원의 피해가 발생하면 행동에 나설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수련병원에 전공의 공백 사태가 벌어졌는데도 의료대란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봉직의들이 의료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봉직의 회원들이 이러한 (사직 등) 선택을 하지 않도록 무리한 정책 추진을 철회하고, 의료계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병원의사협의회와 별도로 공공의료 주축인 국립중앙의료원 소속 전문의들도 성명을 내고 ‘전공의 지지’를 선언했다.

국립중앙의료원 전문의협의회는 이날 발표한 성명문에서 “의사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의료 정책 개혁안은 많은 의료진들을 낙담시켰다”며 “근거가 부족한 일방적·극단적인 정책에 의료계가 반대할 것임을 예상했음에도 추진한 정부가 현 사태의 주동자”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불통하는 정부에 무력감을 느껴 사직한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듣고, 더 이상 대한민국의 의료가 파국으로 가지 않도록 대화에 나서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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