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에 중고 전투기 12대 구매 계약…내부서도 비판 제기
카타르가 사용하던 중고 미라주 2000-5 전투기를 구매하기로 했던 인도네시아가 재정 부족을 이유로 구매 계획을 연기하기로 했다.
다닐 안자르 시만준탁 국방부 장관 대변인은 4일(현지시간) CNN인도네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재정 여력이 부족해 재무부와 국방부가 미라주 전투기 구입을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프랑스로부터 들여오기로 한 라팔 전투기가 도입되기 전까지는 현재 보유 중인 수호이와 F-16 전투기를 개조해 공백을 메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6월 인도네시아 국방부는 카타르가 사용하던 중고 미라주 2000-5 전투기 12대를 총 7억9천200만 달러(약 1조385억원)에 구입하기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 계약은 현 국방부 장관이자 차기 대통령 후보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프라보워 수비얀토 후보가 앞장서서 추진했던 일이다.
프라보워 장관은 2014년과 2019년 대선에 출마해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맞붙었지만, 조코위 대통령은 2019년 재선 이후 그를 국방부 장관에 앉혔다.
프라보워는 국방부 장관이 되자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한국과 진행하던 KF-21 전투기 공동 개발 사업 분담금 지급을 중단했고, 지금까지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아 약 1조원을 연체 중이다.
대신 2022년 2월 프랑스와 라팔 전투기 42대를 구입하기로 했으며 라팔 전투기가 도입되기 전까지 공백을 메운다며 중고 미라주 2000-5 전투기 12대 구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도 굳이 비싼 돈을 내고 오래된 중고 전투기를 사야 하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일각에서는 중고 무기 시스템은 도입하지 말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음에도 프라보워 장관이 이를 무시했다며 대통령이 문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올해 국방 예산을 대폭 늘린 만큼 재정이 부족하다는 이유만으론 납득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도네시아는 무기 현대화를 위해 올해 국방비를 250억 달러(약 32조8천억원)로 20% 이상 증액했다.
현지 언론은 내달 있을 대선을 앞두고 오는 7일 열리는 3번째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이 문제가 주요 논쟁거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프라보워 장관은 조코위 대통령의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를 러닝메이트로 삼아 대선에 도전하고 있다. [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