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심사서 탈락…현지 한국 금융계 “인니 금융당국 무시한다는 오해 살까 걱정”
우리카드가 인도네시아에 세운 금융회사 우리파이낸스의 법인장으로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원(OJK)의 자격심사에서 탈락했던 인물을 다시 세우려 해 논란이 되고 있다.
19일 인도네시아 현지 한국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우리카드는 인도네시아 자회사인 할부금융회사 우리파이낸스에 공문을 보내 우리카드 임원 출신 A씨를 법인장으로 세우라며 이를 위한 절차를 진행하라고 통보했다.
문제는 A씨가 최근 OJK의 금융회사 이사 자격심사에서 탈락했다는 점이다.
앞서 우리카드는 지난 6월 우리파이낸스에 A씨를 법인장으로 선임하라고 통보했고, 우리파이낸스는 주주총회를 열어 그를 법인장에 세웠다.
당시 주총에서는 A씨가 OJK 자격심사를 통과해야 하고 탈락할 경우 선임이 취소된다는 조건이 붙었다. 인도네시아에서 모든 금융기관 이사는 OJK의 자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OJK 자격심사는 OJK 관계자와 외부 인사 등으로 이뤄진 평가위원 면접으로 진행되며 후보자의 성실성과 능력, 평판 등을 검증한다.
A씨는 지난 10월 자격심사를 봤지만 같은 달 OJK로부터 탈락 통보를 받았다. OJK는 A씨 경영 계획이 인도네시아 경제 상황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불합격 결정을 내렸다고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가 OJK 자격심사에 탈락하면서 주총 조건에 따라 법인장 선임은 취소됐고, 우리카드나 우리파이낸스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신분이 됐다.
하지만 우리카드는 최근 우리파이낸스에 A씨를 법인장으로 선임하라고 재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우리파이낸스는 조만간 임원추천위원회를 열어 A씨를 법인장 후보로 세운 뒤 주주총회를 다시 열고, OJK에 자격심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다만 OJK 자격심사에 탈락하면 6개월 뒤에야 재응시를 할 수 있어 내년 4월에나 지원할 수 있다.
현지 한국 금융계에서는 이런 상황이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OJK 자격심사가 나름 까다로워 탈락하는 사례가 이따금 나오지만, A씨처럼 탈락하자마자 바로 다시 지원하는 일은 흔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로 한국계 금융기관들이 OJK에 ‘미운털’이 박히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OJK가 탈락시킨 후보를 바로 다시 내세워 한국계 금융기관들이 OJK를 무시한다는 오해를 살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리카드 측은 A씨가 우리파이낸스 법인장 내정자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며 “법인장 심사에 재도전한다면 현지 규정상 인터뷰만으로 심사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