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 난민 부담 나누자”…인니, 국제사회에 도움 요청

미얀마 지도

외교부 “난민협약 미가입 상태…서명국들이 책임 다해야”

 인도네시아 정부가 밀려드는 미얀마 출신 로힝야족 난민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에 부담을 나누자며 도움을 요청했다.

13일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무하마드 이크발 인도네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어 인도네시아는 유엔 난민 협약에 가입하지도 않았음에도 수십 년 동안 인도주의적 이유로 로힝야족 난민들의 임시 체류를 허용해 왔다며 “난민 협약에 서명한 국가들이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난민 문제, 특히 재정착 문제가 매우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며 “국제사회가 이 문제 해결 노력에 더 많은 책임감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로힝야족은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이슬람을 믿는 소수민족이다. 이전부터 미얀마 내부에서 탄압받다가 2016년 미얀마 정부의 대대적인 진압 작전에 인접국 방글라데시로 대거 피신했다.

하지만 열악한 환경이 이어지자 미국이 지난해 12월 로힝야족 난민을 위한 재정착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발표했고, 로힝야족의 제3국 이주 기대가 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 재정착 프로그램 적용을 받은 난민은 200여명에 불과하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외교부는 호주를 예로 들며 유엔 난민 협약국이지만 2008년 이후 로힝야 난민에게 470개의 비자를 발급하는 데 그쳤다며 “협약에 서명한 국가들이 로힝야족 사건에 대한 노력을 강화하고 부담을 나눠달라”고 요청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부터 1천500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들이 도착한 인도네시아 아체주는 더는 난민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초만 해도 아체주는 바다를 건너오는 로힝야족에 머물 곳과 생필품을 나눠주고 이들을 위한 모금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아체주는 이슬람 근본주의 정책을 펼치는 인도네시아 특별자치주여서 이슬람교를 믿다가 탄압받은 로힝야족 난민들에게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난민 수가 급증하고 일부 난민들이 지역 사회에서 범죄를 저지르기도 하면서 이들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황이다.

아흐마드 마르주키 아체 주지사 대행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 10일 300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들이 아체주에 도착해 이들을 난민 캠프로 이동시켰지만, 현지 주민들이 이들을 막아섰다고 설명했다. 결국 난민들은 아체주 정부 청사 내 임시 공간에 머무는 상황이다.

그는 “로힝야 난민들을 위한 여유 공간이 이제 전혀 없다”며 “난민 수가 1천500명을 넘어 기본적인 생필품을 충족시키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영국 국제문제전략연구소(IISS)는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방글라데시 내 로힝야족 난민촌의 상황은 더 열악해지고 있으며 국제 지원도 줄어들 것으로 보여 난민 문제는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에런 코널리 IISS 선임 연구원은 로힝야족 난민 문제가 결국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내 외교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내년도 아세안에서 다룰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