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바이오사, 손실 위험에도 인니 진출 이유는

한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인도네시아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먼저 진출한 몇몇 기업에서 손실을 봤음에도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는 인도네시아가 ‘사업하기 좋은 나라’로 꼽히기 때문이다. 시장 규모와 정치경제적 특성을 감안하면 아시아에서는 진출을 단행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웅제약의 인도네시아 자회사 4곳은 부진한 실적을 냈다. ‘대웅 파마슈티컬스 인도네시아’는 영업이익이 3942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5% 줄었고, ‘인피온’은 3억2199만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61% 감소했다.

‘대웅 바이오로직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와 달리 매출액이 일절 잡히지 않았다. 인도네시아에서의 사업 실적이 좋지 않은 셈이다.

그럼에도 대웅제약은 인도네시아를 글로벌 거점으로 보고 장기 투자하는 모양새다. 특수관계사 시지바이오까지 동원해 인도네시아 거점 확보에 나섰다. 지난 27일에는 ‘셀라톡스 바이오파마’에 약 170억원을 출자했다. 지난해 9월에 출범한 셀라톡스는 상반기 2억원 수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다른 제약바이오사들도 최근 인도네시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도네시아 혈액제제 공략에 나서는 SK플라즈마와 GC녹십자가 대표적이다. 종근당도 지난 2015년에 인도네시아 합작법인 ‘CKD-OTTO’을 세워 항암제 생산을 이어오고 있다. 최근까지도 십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투자를 이어왔다.

제약바이오사들이 인도네시아에 점차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커지는 시장 덕분이다. 인도네시아는 경제 수준 역시 상위권에 들어섰다.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약 2억 7760만 명이다. 인도,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인구 4위 규모로 거대한 시장을 자랑한다. 중위 연령이 29.7세를 자랑하는 ‘젊은 국가’이기도 하다. 이런 특성 덕분에 연간 경제성장률이 5%를 상회한다.

정치경제적 배경도 한국과 비슷해 ‘사업하기 좋은 나라’로 꼽힌다. 큰 시장 규모를 자랑하는 중국이나 베트남은 공산주의 국가 특성상 기업이 활발하게 활동하기 어렵다. 2017년 사드 보복 당시 중국에 진출한 완성차, 배터리 업계에서는 큰 타격을 받은 바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제약사들도 한한령에 아직까지 영향을 받아 실적이 좋을수록 한국 기업이라는 걸 감추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제약사들이 인도네시아로 눈을 돌리는 이유다.

다만 해외 진출 과정에서 당국의 규제에 철저하게 맞춰야 한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인도네시아에 유통되는 식음료는 할랄 인증이 의무화돼 있다. 2026년 10월부터는 의료기기를 포함한 모든 제품에 할랄 인증을 받아야 해 제약업계의 진입이 까다로워진다. 개발도상국인 만큼 규제 기준이 모호하고 현지 인력들과 계속해서 소통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신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기업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한-니 메디컬 로드쇼’를 개최한다. 국내 18개 의료기기 기업이 참여하는 행사다.

차순도 보건산업진흥원 원장은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많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진흥원은 국내 바이오헬스 산업의 글로벌 진출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newsp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