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협회 보고서…이스라엘 수입의존도 90% 이상 품목 8개
이스라엘 인텔 공장 가동 멈추면 韓 메모리반도체 수요 둔화 가능성
브롬, 항공기용 무선방향탐지기 등 한국이 이스라엘에 수입의 대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품목에 대한 공급망 위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장기화할 경우 이들 품목뿐 아니라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의 국내경제 영향’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먼저 이스라엘이 한국의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3∼0.4% 수준으로 매우 작아 이번 사태가 교역에 직접적인 영향은 미치지 않으리라고 전망했다.
다만 브롬 등 이스라엘 수입의존도가 높은 제품에 대한 공급망 위기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한국의 수입품목 1만1천341개 중 이스라엘 수입의존도가 90%를 넘는 품목은 총 8개다.
이 가운데 식용 파래, 흑단 단판 목재, 주석 웨이스트·스크랩, 에틸렌 디브로마이드, 완전자동 라이플 등 5개 품목의 수입의존도는 100%로, 수입 물량 전체를 이스라엘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라이플(1∼8월 수입액 287만달러)을 제외하면 모두 수입 금액이 적고 대부분 대체가 가능한 품목이어서 실제 이들 5개 품목에 대한 공급망 위험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8개 품목 중 하나인 브롬(Br)이다. 수입의존도 99.6%(수입액 315만달러)에 달하는 브롬은 난연제, 석유와 가스 시추, 수처리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되는 비금속 원소로, 타 물질로 대체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지난해 전 세계 브롬 생산의 46.2%(18만t)를 차지하는 1위 생산 국가다. 이어 요르단 28.2%, 중국 18.0%, 일본 5.1%, 인도(1.3%), 우크라이나(1.2%) 등의 순이다. 미국은 생산량을 공개하지 않아 이 통계(미국 지질조사국 자료)에서는 빠졌다.
보고서는 이스라엘 브롬 공급 차질에 대비해 미국, 요르단, 중국, 일본 등으로 수입처를 전환할 준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항공기용 무선 방향 탐지기(드론용 레이더·GPS 등)도 이스라엘 수입 의존도가 94.8%(수입액 36만달러)로 분쟁 장기화 시 공급 차질이 우려됐다.
레이저 작동식 외과수술용 기기 역시 이스라엘 수입의존도가 73.1%(수입액 619만달러)로, 이번 사태의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동 분쟁 장기화로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할 경우 한국의 무역 수지가 악화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가중될 우려도 제기됐다.
보고서는 중동 산유국의 전쟁 개입과 원유 생산 시설 및 수송로 침해 등으로 유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면서 국제 유가가 10% 상승하면 한국의 수출은 약 0.2% 증가하고 수입은 약 0.9% 증가해 무역수지 악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원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이 10% 상승할 경우 국내 기업의 생산 비용은 0.67% 상승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아가 보고서는 한국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분야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분쟁 장기화로 이스라엘에 있는 인텔 CPU 공장을 비롯한 첨단 분야 기업 운영이 중단될 경우 반도체 수요 둔화로 인해 반도체 업황 회복 시기가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인텔의 전체 반도체 생산 능력의 11.3%를 차지하는 이스라엘 키르야트가트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면 CPU 수요와 맞물려 한국 기업의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도원빈 무역협회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교역 비중이 낮았음에도 불구하고 네온, 크립톤 등 특정 품목의 공급망 교란,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다양한 경로로 우리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면서 “이스라엘·하마스 분쟁이 장기화하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사전에 파악하고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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