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로 분장해 공연한 필리핀 드래그 퀸, 외설 혐의로 체포

주기도문을 외우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으로 분장해 공연을 펼친 필리핀의 한 드랙퀸이 지난 4일(현지시간) 체포됐다.

드랙퀸 ‘푸라 루카 베가’의 해당 공연 영상은 큰 논란을 일으켰으며, 지난 7월 기독교 단체들은 형사고소를 진행했다.

본명 아마데우스 페르난도 파젠테(33)는 국민 대다수가 가톨릭교도인 필리핀의 외설 처벌법에 따라 최고 징역 12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필리핀은 인구의 거의 80%가 자신을 로마 가톨릭 신자로 규정하는 국가다.
마닐라 경찰이 공개한 체포영장 사본에 따르면 파젠테는 “부도덕한 교리, 음란한 출판물과 전시 및 외설적인 공연”을 펼친 죄로 기소됐다.

논란이 된 영상 속 파젠테는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예수 그리스도 복장을 한 채 타갈로그어로 록 버전의 주기도문을 외우고 있다. 해당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지난 7월 말 개신교 교회 지도자들로 구성된 단체인 ‘필리핀의 예수 운동’이 마닐라 검찰에 처음으로 형사 고소장을 제출한 데 이어 8월엔 가톨릭 단체인 ‘나사렛 형제회’가 2번째 고소장을 제출했다.

아울러 수도 마닐라를 포함해 필리핀의 여러 도시도 파젠테를 라틴어로 ‘반갑지 않은 이’라는 뜻의 ‘페르소나 논 그라타’로 규정했다.

지난 수십 년간 드랙퀸들은 필리핀에서 인기 엔터테이너로 자리 잡았다. 이들은 가수나 여배우의 모습을 흉내 내며, 스탠드업 쇼에서 유행어를 선보이며 공연한다.

그러나 파젠테는 공연을 통해 자신들의 대의명분을 옹호하고 표현의 자유의 한계는 어디까지인지 시험하고자 하는 새로운 드랙퀸 세대 중 한 명이다.

한편 파젠테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체포가 필리핀 내 “동성애 혐오 수준”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제 공연을 신성모독이며, 모욕적이고, 유감이라고 표현하는 사람들을 이해합니다. 그러나 남들이 제게 어떻게 신앙을 실천해야 하며, 어떠한 드랙 공연을 해야 하는지 지시해선 안 됩니다.”

파젠테의 지지자들은 “드랙은 범죄가 아니”라는 주장과 함께 #FreePuraLukaVega(푸라 루카 베가의 자유를)라는 해시태그를 내세워 그의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살인죄나 성범죄로 기소된 이들 중에도 여전히 자유롭게 활보하며 정의가 실현되지 않은 경우가 있다면서 파젠테가 처한 상황과 비교하기도 했다.

한편 세계적인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LGBT+ 권리 프로그램 전문가인 라이언 토슨 또한 파젠테에 대한 기소 철회를 요구했다.

“표현의 자유에는 종교적 신념을 불쾌하게 하거나, 풍자하거나, 이에 도전하는 예술적 표현이 포함됩니다.”

(BBC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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