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긋난 인사

제5회 적도문학상 시부문 수상자

모퉁이를 돌아서는데
하얀 반소매 셔츠를 입은 여자가
반가운 미소로 다가온다
누구신지?
얼떨결에 나도 웃으며
기억의 서랍을 서둘러 열어본다

뭐라 하시는지
이제는 말도 건넨다
멀리서 들리는 희미한 소리에
한 가닥 실마리를 잡으려 귀를 기울인다

어쩌나, 이제는 코앞!
인사할 채비를 하며 멋쩍게 섰는데
그이는 본체만체 나를 지나쳐간다
옆을 스치며 보이는 몽돌 같은
블루투스 이어폰의 세계로 사라진다

시작 노트:
우리는 가끔 시의 소재에 관하여 막연한 절망감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조자연 시인의 「어긋난 인사」는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흔하고 사소한 사유라도, 관찰 여하에 따라서는 값진 의미를 도출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성간에 나타나는 야릇한 진실과 오해의 간극을 놓치지 않고 리얼하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블루투스 이어폰으로 이어지는 결말이 백미입니다. 김준규(시인)

<저작권자 ⓒ한인포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용시 사전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