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건 기

김준규(한국문협 인니지부 회장)

가쁜 숨을 몰아쉬던
건기의 마지막 웅덩이
맹그로브의 협착한 대궁에
심박을 울리는 빗소리의 환영

타는 듯한 먼지의 반란
태양의 눈빛은 처절하다
부리나케 차를 몰고 도망치다
시멘트 건물 속 찬 공기에
더운 몸을 덤벙 담그기도 하고

머그잔의 아이스 커피를 흔들며
습득된 공짜 피서지의
미아가 된 나를 찾는다

언젠가 가슴까지 차오를
벅찬 감격의 순간을 기다리며
밤사이 후둑후둑 내려줄

빗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시작 노트 :
건기와 우기, 두 계절의 사이에 살다 보면, 아예 지난 계절을 잊게 만든다. 지난 우기를 거치면서 이번 건기에는 비가 새는 곳도 고쳐야지 하던 다짐마저 희미해진다. 아! 그런 때가 있었지. 곧 ‘가슴까지 차오를/ 벅찬 감격의 순간을 기다리며/ 밤사이 후둑후둑 내’리겠지. 삶의 가쁜 숨까지 흥건하게 적셔줄 비처럼, 무언가를 기다린다는 마음이 삶의 본질이 아닐까? <건기>에 가만 귀 기울여 본다. 김주명(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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