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위기’ 한국경제 영향은…”악재 맞지만 영향 제한적”

한국 대중국 무역수지 추이 2023.3.28

전문가 진단…”우리 경제 하반기 반등폭 제한→성장률 하향 조정 요인”
일부선 “이미 ‘탈중국’ 어느정도 진행…’중국판 리먼사태’ 가능성 작아”
국제금융시장 위기 전이시 영향 확대 우려…한미 기준금리 인하 앞당길 수도

한국 경제가 중국 경기 둔화 우려 속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碧桂園·컨트리가든)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라는 예기치 못한 악재를 만났다.

20일 경제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데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 약화,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당장 우리 경제의 하반기 반등 폭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이미 대중국 수출이 급감하는 등 ‘탈(脫)중국’이 어느 정도 진행된 데다, 이번 부동산 위기가 중국을 벗어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작아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중국 부동산에 투자한 글로벌 금융기관 등으로 부실이 전이되고, 글로벌 경기 둔화로 영향이 확대될 경우에는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

◇ “중국 리스크 확대→우리 경제 성장 하방 요인 우려”

그동안 정부나 한국은행은 올해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보다 작고, 반도체 등 정보통신(IT) 경기 회복이 뚜렷하지 않아 하반기 반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중국발 부동산 위기가 더해지면 수출 회복 지연, 환율 상승 등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등으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2015∼2016년 중국 경제가 경착륙하면서 우리 수출이 마이너스를 나타내고 성장률도 3%대 초반에서 2%대로 밀린 적이 있다”면서 “그런 것을 감안하면 중국 경제 침체는 우리 성장률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상호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조사팀장은 “비구이위안 사태만이 문제가 아니라 디플레이션과 성장률 둔화에 따른 중국 경제의 장기침체 가능성이 더 큰 문제”라며 “대중국 수출 비중이 최근 많이 줄기는 했지만, 여전히 약 20% 수준의 최대 교역국인 만큼 중국 경제 위축은 우리 경제에 매우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올해 중국 경제 성장률 둔화는 한국은행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로 성장률이 둔화하면 우리 수출은 물론, 하반기 경기나 성장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중국 부동산 버블 붕괴가 지속될지, 규모가 클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단기적으로는 위안화와 원화의 동반 약세가 나타나는 등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 실장은 “중국 경제가 나쁠 때 위안화와 원화 동조화 현상이 강해진다”면서 “중국 경제가 단기간에 긍정적 조짐을 보이기는 힘든 만큼 올해 하반기 원/달러 환율은 1천300원대가 유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중국 리스크에 따른 직접적 영향은 제한적이나 심리적인 요인으로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상호 팀장은 “중국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금융 쪽에서는 국제자본이 아시아에서 돈을 뺄 수 있다”면서 한국 경제 역시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 “이미 ‘탈중국’ 진행…중국발 위기 영향 크지 않을 수도”

반면 중국발 위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현재 수준에서는 한국경제나 글로벌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미국 ‘리먼 브러더스 사태’와 달리 아직은 중국 국내 문제로 여겨지는 데다, 중국 정부의 대응 등을 감안하면 글로벌 위기로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 리오프닝 효과는 내수 소비, 그중에서도 서비스 소비 중심으로 활성화될 것이라고 예측했고 실제 그렇게 전개됐다”면서 “우리나라가 수출하는 소비재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다. 우리 수출이 주로 중간재와 자본재, 원재료, 부품 등 위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조 연구위원은 “따라서 중국 리오프닝 과실이 크지 않았던 구조적 요인과 같은 이유로 중국 제품과 서비스 소비에서 우리 존재감이 미미하기 때문에 이번 사태로 받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과거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글로벌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미국 금융시장이 발달했기 때문으로, 중국은 파생상품 등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않아 이번 중국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국제금융시장이나 미국과 유럽으로 전이될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김동헌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대중국 제재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이미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이 급감한 상황”이라며 “중국 경제 하방 리스크가 당장 우리 수출이나 경상수지 악화, 환율 급등 요인으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연구위원도 “최근 위안화와 원화의 동조화가 과거와 같지 않은 분위기라 원화가 잘 버틸 것 같다”면서 “위안화가 많이 떨어지면 원화 약세 압력이 있겠지만,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오를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중국 부동산 위기는) 새로 벌어지는 게 아니라 1년 넘게 진행 중인 구조조정의 일환이라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라면서 “조금 더 진행되면 중국 정부가 개입할 것으로 보는 만큼 리먼 브러더스 사태처럼 될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됐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이 소비재보다 중간재 위주인 점, 우리 기업의 대중 의존도가 많이 떨어졌고, 수출 기지 역시 베트남 등 동남아로 다변화한 점 등을 감안하면 당장 우리 경제 수출이나 성장률 전망을 바꿀 정도의 리스크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코스피 하락 마감
코스피 하락 마감  코스피가 전장보다 15.35p(0.61%) 내린 2,504.50로 마감한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3.7원 내린 1,338.3원으로, 코스닥은 전장보다 8.72p(0.98%) 내린 877.32로 마감했다. 2023.8.18 

◇ “위기 확산 시 한미 기준금리 인하 시점 빨리질 수도”

중국 부동산 위기가 국제금융시장 불똥으로 확대되지 않으면 미 연준이나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에 미치는 영향 또한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동헌 교수는 “미국은 이미 중국 경제와 단절을 추진해온 만큼 연준이 굳이 이에 대응해 금리 인하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며 “한은 기준금리도 중국 리스크에 따른 영향보다는 미 연준의 금리 기조, 한국경제의 인플레이션 및 경기 여건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중국 부동산 위기가 중국 내 문제가 아니라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나 글로벌 경기 둔화 등을 촉발할 경우에는 한국 경제 영향을 배제하기 어렵고, 이 경우 미국은 물론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기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다는 의견도 많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한국은 경제적·지리적 요인으로 중국 경기 리스크의 영향권에 근접해가고 있지만 미국은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중국 경기 리스크가 중국 내부 문제에 머물지 않고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으로 확산할 경우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상호 팀장은 “기본적으로 중국 리스크는 중국 정부가 유동성을 공급하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면서도 “파급범위가 넓고 정도가 심할 경우에는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주원 실장은 “미국 투자은행들도 중국 부동산 시장에 물린 것이 많다는 얘기가 있다”면서 “중국이 좋지 않은데 미국 혼자 글로벌 경제를 끌고 가기는 어려운 만큼 경기가 내려간다는 시그널이 앞당겨질 수 있고, 연준도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 타이밍으로 돌아설 것 같다”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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