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 카레, 인도가 아니라 베트남서 발견

2000여년 전 카레를 제조한 흔적이 ‘뜻밖의 장소’에서 발견돼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카레의 고장’ 인도가 아니라 베트남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고대 향신료 무역을 확인한 최초의 사례”라고 밝혔다.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CNN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웨이웨이왕 호주 국립대 고고학 박사가 이끈 연구진은 베트남 남부 안장성 토아이선현에 있는 ‘옥에오(Óc Eo)’ 유적지의 석판에서 2000년 전의 것으로 추정되는 카레 성분을 찾았다.

옥에오 유적지는 1~7세기 베트남과 캄보디아 남부 메콩강의 광활한 삼각주 지대에서 발달했던 고대 부남(푸난) 왕국의 항구도시이자 국제 무역항이다.

연구진은 2017~2019년 이 지역에서 절구와 방아 등 조리도구를 발견했다. 이 가운데 도마로 활용된 것으로 보이는 석판을 미세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쌀과 8가지의 카레 향신료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석판이 진흙에 묻혀 있어 산소나 물, 미생물로부터 보호됐던 덕에 성분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연구진은 “베트남 남부의 습한 기후가 유물의 훼손을 막는 데 도움을 줬다”며 “육두구에는 향까지 남아 있어 놀라웠다”고 말했다.

향신료 성분은 강황·생강·핑거루트·산내·가랑갈·정향·육두구·계피다. 핑거루트와 가랑갈은 동남아시아에서 자생하는 생강의 일종이다. ‘너트멕(Nutmeg)’으로도 불리는 육두구는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상록 큰키나무(교목)의 씨앗으로 인도네시아 몰루카 제도가 원산지다.

카레는 4000여년 전 고대 인더스 문명에서 먹었을 정도로 역사가 깊은 음식이다. 연구진은 카레 조리법이 인도양을 통해 동남아시아에 전파된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늘날 카레는 마트에서 파는 ‘카레가루’ 덕에 손쉽게 조리할 수 있는 간편식이 됐지만 고대엔 그렇지 않았다. 교신저자인 홍 샤오춘 박사는 “카레 소스에 여러 향신료가 들어가는 데다, 재료를 빻을 수 있는 절구 등 여러 조리도구까지 필요해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 외 지역에서 카레를 먹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했던 흔적이 발견돼 놀랍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인도·중국·로마 등 고대 문서를 통해서만 향신료 무역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 있었는데, 이번 발굴로 향신료가 2000여년 전 해상무역으로 거래된 상품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그 의미를 전했다.

연구진은 또 2000년 전 먹었던 카레가 현재 동남아시아의 카레 조리법과 유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강황 등은 인도 카레에서 사용되는 재료지만, 가랑갈 등은 동남아시아 카레에서만 볼 수 있는 재료라는 설명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칸 쭝 키엔 응우옌 베트남 호치민 남부사회과학원 고고학센터 소속 박사는 “오늘날 카레 조리법은 고대 옥에오 시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며 “유적지에서 발견된 재료를 바탕으로 2000년 전 카레를 재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실렸다.

(농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