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수천씩 쓰러지는
어느 가을 거리의 은행 낙엽처럼
사람들의 넋이 서러운 저녁
이른 시간인데
식당의 문들이 하나둘 서둘러 닫히고
오래된 가로등 불빛 아래
서너 개의 커다란 열대 낙엽들은
이따금씩 부는 바람에
어깨를 들썩이며 흐느낀다
어둠 속 어딘가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변이들의 눈이 부담스런 밤
앰블런스 하늘로 땅으로
부상자들을 실어 나르고
적지 않은 사람들은
산소통에 매달려 연명을 하는
아하, 적도의 나라 인도네시아여!
짙어가는 열대의 밤하늘로
가만히 흩어져 가는 것은
의료용 마스크 한켠을 비집고 나가는
나의 나지막한 기도 소리 뿐
시작 노트:
오늘의 시대상에 대한 표현이나 재난 등의 상황을 시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감성이나 서정성을 요구하지 않을 때는 부득이 산문시를 통하여 느낌을 표현을 할 수 있다. 행이나 연의 음률에 제약이 없는 게 특징이다. 코로나로 가뜩이나 을씨년스러운 저녁에 문을 걸어 잠그는 식당을 바라보며 시인은 서러움을 느낀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작은 목소리로 기도하는 일일 뿐. 세기적 감염병의 시대상과 변이들의 집요한 준동에 어쩌지 못하는 인간의 무기력함을 표현하고 있다. 김준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