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살만 왕세자의 네옴시티는 어떤 모습일까

강수민 / SPH KV 11학년

최근 사업 협력을 위해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가 화제다. 빈 살만 왕세자의 별명은 “미스터 에브리싱”으로 그가 가진 권력과 재력은 무엇이든 실현시킬 수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그가 주도하는 네옴시티(Neom City) 사업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북서쪽 사막에 지어질 첨단 미래도시 프로젝트로 예산만 우리 돈으로 670조 원에 이른다.

‘네옴시티’는 ‘새로움’이란 뜻의 그리스어 ‘Neo(네오)’와 ‘미래’란 뜻의 아랍어 ‘Mustaqbal(무스타크발)’의 첫 알파벳 ‘M’을 합친 단어다. 자연을 해치지 않는 도시가 되는 것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네옴시티는 ‘트로제나’, ‘옥사곤’, 그리고 ‘더 라인’으로 불리는 세 장소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계획안에 따르면 트로제나는 아카바 해안에서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으며 고도는 1,500미터에서 2,600미터에 달한다.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연중 내내 즐길 수 있는 인공 야외 스키장과 수상 스포츠, 하이킹, 산악자전거 등 다양한 스포츠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트로제나 안에는 레저뿐만 아니라 아파트와 저택, 호텔 등등 초호화 숙박시설까지 포함될 계획이다.

‘옥사곤’은 홍해에 위치할 팔각형 모양의 첨단산업단지다. 공식 웹사이트 설명에 따르면 여러 연구센터와 컨테이너 선착장, 그리고 홍해에서 가장 큰 크루즈 선착장까지 도입될 것이며 성공적으로 지어질 시 세계에서 가장 큰 바다 위 구조물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빈 살만 왕세자는 네옴시티 소개글에 옥사곤이 사우디 아라비아의 무역 및 상업에 이바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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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 트로제나, 오른쪽 위: 옥사곤, 아래: 더 라인/ 사진 출처: Neom
왼쪽 위: 트로제나, 오른쪽 위: 옥사곤, 아래: 더 라인/ 사진 출처: Neom

옥사곤에 이어 네옴시티 웹사이트에서 소개하는 ‘더 라인’은 높이 500미터, 너비 200미터, 길이 70킬로미터의 아주 길고 높은 첨단 건물 도시로 서울에 있는 롯데타워와 비슷한 높이를 자랑한다. 빛 반사율이 높은 유리벽으로 이루어질 이 도시는 자동차를 없애 배기가스를 줄이고 100% 재생 에너지로 운영될 것이라고 한다.

미국의 설계사무소 모포시스가 설계를 맡은 더 라인의 원래 디자인은 현재 계획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띄엄띄엄 떨어진 작은 도시들 아래 초고속 지하 열차가 모든 도시들을 연결하는 형태였던 더 라인은 몇 년 후 발표된 최종안에서 만리장성을 닮은 거대한 직선 모양의 유리 벽 구조물로 변신했다.

여태껏 보지 못한 대담한 계획안 때문에 더 라인은 네옴시티 프로젝트 중 가장 주목받고 있는 장소인 동시에 가장 많은 비판을 받는 도시이기도 하다.

유명 건축가 유현준 교수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다룬 더 라인의 문제점 중 하나는 에너지 효율성이다. 좁고 긴 면적에 도시를 세우면 인구밀도가 높아지고 주변 환경에 영향을 덜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나, 사람들이 땅 위에서 수평적으로 이동하기보다 위아래로만 이동하게 되면서 에너지를 더 많이 소비하게 된다.

이것은 일종의 에너지 낭비로 간주할 수 있다. 유현준 교수는 더 라인의 일조권도 우려했다. 500미터 높이의 벽 사이에는 햇빛이 맨 아래까지 닿을 수 없을뿐더러 이러한 경우엔 상층부에 상류층이 모여 살게 되고 햇빛이 안 드는 음울한 하층부는 슬럼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더 라인 외에도 유현준 교수는 트로제나의 인공 스키장이 과연 친환경적일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사막 한가운데 스키장을 만드는 것처럼 자연을 역행하는 관광지는 미래를 위한 친환경이라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현실적인 문제들이 아직 남아있다는 가운데 유현준 교수는 “어쨌든 프로젝트를 하면서 비현실을 현실로 만드는 과정에서 엄청난 노하우를 축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네옴시티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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