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5일
인도네시아 정부는 지난 달인 4월 29일 자정 직후 누사깜방안섬에서 8명의 마약사범들에 대한 총살형을 단행했다.
이들에 대한 사형집행은 이미 오래 전에 예고되었지만 국제사회의 비난, 아시아아프리카 회의 개최 등 여러 이유로 계속 연기되어 왔다. 하지만 아시아아프리카 회의가 끝난 후 가족과의 마지막 만남이 주선되는 등 사형집행준비가 본격 시작되었다.
이번에 총살형에 처해진 마약사범들은 프랑스, 호주, 브라질, 나이지리아 등의 국적의 외국인 7명과 내국인 1명, 총 8명이다. 사형수 중 앤드루 챈(Andrew Chan), 뮤란 수쿠마란(Myuran Sukumaran)는 마약밀수조직인 ‘발리 나인(Bali nine)’의 조직원들이다.
이번에 총살된 8명의 마약사범들은 1998년에서 2005년 사이, 적게는 50g, 많게는 59㎏의 헤로인과 같은 마약을 인도네시아에 밀반입하려다 체포돼 각각 사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사형집행 예정이었던 마약사범 가운데 필리핀 여성 메리 제인 벨로소(Mary Jane Fiesta Veloso)의 집행은 유예되었다. 사형집행 40분 전 필리핀 대통령이 조코위 대통령에 서신을 보내 벨로소와 관련된 새로운 증거가 있다고 추가 수사를 요구한 것이 그 이유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프라세툐 검찰총장은 “벨로소가 연루된 사건을 주도한 피의자가 필리핀에서 체포돼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지난 28일 필리핀에서 크리스티나 세르지오(Cristina Sergio)가 경찰에 체포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크리스티나가 벨로소의 가방에 마약 2,600그램을 몰래 넣은 후 말레이시아에서 인도네시아로 출국하게 했다고 자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벨로소는 2010년 족자 아디수마르노 공항에 도착했을 당시 마약소지 혐의로 체포되었다.
호주는 이번 사형집행에 즉각 반발했다. 토니 애벗 총리는 “인도네시아 주권을 존중하지만 사형 집행을 개탄한다”며 항의 표시로 인도네시아 주재 대사를 소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호주와 인도네시아의 관계는 최근 몇 시간 동안 진행된 일로 악영향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이번 사형집행을 비난하고 나선 건 호주정부만이 아니다. 국제앰네스티(AI), 브라질, 프랑스 등 국제인권기구와 사형수 출신 국가들이 잇따라 비난과 분노를 표명했다. 루퍼트 애벗 AI 동남아시아·태평양 담당 연구국장은 이번 처형이 “사형집행에 관한 국제 기준을 완전히 무시하고 이루어졌다”며 “전적으로 비난 받을 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조코위 대통령은 추가 사형 집행에 관한 계획을 즉각 포기하고 사형을 유예 및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에서 마약범을 사형으로 엄벌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취임 한 달 만인 지난해 11월 마약범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며 ‘마약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마약범 처형도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월18일 위도도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외국인 5명 등 6명이 총살됐다. 현재 인도네시아 사형수 약 140명 가운데 60명이 마약범이며, 이 중 절반은 외국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집행을 앞두고 사형수들에 마지막 소원을 물었을 당시 앤드루 챈이 자신의 마지막 소원으로 ‘결혼’을 말하고 실제 ‘결혼식’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4월 27일 누사깜방안섬에 있는 바두 (Batu)교도소에서 자신의 애인인 수라바야 출신의 인도네시아 여성 프리얀띠 헤레윌라 (Febriyanti Herewila)와 조촐한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결혼식 다음날인 28일 앤드루는 총살형에 처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