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억만장자들, 시진핑 독재 피해 싱가포르로 ‘엑소더스’

최근 중국 억만장자들이 모이는 가장 인기 있는 와인 바는 상하이 오피스 타워 최상층이나 베이징의 마당 있는 하우스 안에 있지 않고, 싱가포르 중심부 6차선 고속도로 옆 수수한 흑백 방갈로에 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그만큼 중국 억만장자 부자들이 중국 시진핑 주석의 눈을 피해 중국을 떠나 인근 싱가포르로 모여들고 있다고 야후 파이낸스 등 외신이 17일(이하 현지시간) 전했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코로나 규제와 잠재적으로 더 높은 세금을 피하기 위한 일시적인 이동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사람들에게는 영구적으로 이주한 것일 수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경제 장악력을 더욱 강화한 지난달 당대회를 계기로 중국 국부의 이탈이 가속화될 태세다. 시 주석의 “공동 번영” 추진으로 한때 부자가 되는 것은 영광이라는 덩샤오핑의 격언을 받아들였던 기업가들이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로 더 환영받으며 몰려들게 만들고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대학원의 객원 수석연구원인 드루 톰슨은 “중국의 민간 섹터에서는 정말로 하향곡선을 이미 그리고 있으며, 단지 얼마나 가파른지에 관한 문제만 남았다”라며 “해외로 부를 이주시키고 보호하려는 노력이 가속화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아시아 역내에서 최고 부유층 중 일부가 싱가포르로 이주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안전 문제와 안정적인 낮은 세금의 보루라는 도시 국가의 명성은 오랫동안 태국에서 인도네시아에 이르기까지 부유층들을 위한 지역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2019년 홍콩 시위 이후 부유한 중국인들에게 더욱 매력적이었고, 올해 코로나 봉쇄 이후에 그런 매력이 더 가중되었다.

싱가포르에서 직원을 추가 채용 중인 홍콩의 자금 관리기업 밸류 파트너스 그룹의 공동 설립자인 치청혜는 “상당한 자금이 중화권에서 싱가포르로 유입되고 있다”며 “패밀리 오피스가 늘고 있고, 사람들은 점점 더 싱가포르를 안전한 자금도피처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이민청은 부유한 이민자들이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자세한 통계를 발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패밀리 오피스의 폭발적인 증가는 중국 재벌들에게 매력적인 요소이다. 이 오피스는 2021년 말 약 700개로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의 부유층만이 오피스 시장 확장세의 원동력은 아니라고 하지만, 일부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그들이 단연코 가장 큰 시장이라고 말한다.

패밀리 오피스 설치 지원 기업인 IQ-EQ Asia의 마이클 마르카르트는 중국 공산당대회 직전과 직후 중국 고객들의 문의가 약 25~50% 급증했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라자 앤 탄(Rajah and Tann) 싱가포르 LLP의 세무·신탁 책임자인 비크나 라자는 지난 6월 패밀리 오피스 세금면제 신청 고객의 30% 이상이 홍콩을 포함한 중화권 출신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르카르트는 “분명히 관심이 증가했다”며 잘 운영되고 있는 상장기업의 기업가들은 싱가포르 같은 곳에 국제적인 자산을 맡기려는 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새로운 상속세에 대한 전망처럼 민간 섹터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는 동맹국들을 홍보함으로써 지도력을 공고히 하려는 시 주석의 추진 방침은 일부 사람들로 하여금 자국과 완전히 단절하게 만들고 있다.

한 금융서비스 종사자인 첸은 중국에서 자유주의 개혁에 대한 모든 희망을 잃었다고 한다. 그는 최근 홍콩 여권을 발급받은 후 학교 교육부터 건강 관리까지 중요한 서비스를 보장하는 중국 주민등록인 호구(Hukou)를 말소했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 같은 이주민 유입이 금융 데이터에 나타나고 있다. 싱가포르 금융관리국이 지난달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2021년 자금운용산업 전반의 자산가치는 5조4000억 싱가포르달러(3조9000억 달러)로 16% 증가했다. 단일 비중이 가장 큰 곳은 싱가포르를 제외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이다.

라비 메논 MAS 상무는 최근 중국 당대회 이후 자본유출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블룸버그TV의 질문에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 자금이 유입됐지만 더 올 것인지는 아직 말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슈퍼리치들은 종종 싱가포르를 사업기회의 전진 기지로 이용해 왔지만, 많은 중국인 가족들은 이제 그곳에서 살기를 선택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고급차 판매 증가에서부터 저택과 골프회원권 가격 급등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드니에서 토론토에 이르는 부동산 시장이 폭락하는 와중에도 싱가포르 주택 가격은 올해 9월까지 약 8% 급등했다. 더 많은 잠재적 구매자들이 시장가를 벗어나가격을 부르고 주택 공급이 긴축되면서 임대료도 뛰고 있다.

중국 부자들이 갖고 싶어하는 고급차 판매량도 꿈틀거리고 있다. 올해 싱가포르에서 등록된 벤틀리는 87대, 롤스로이스는 78대로 2019년 전체에 비해 각각 26%, 90% 증가했다. 이들 차량 가격은 종종 100만 달러가 훨씬 넘는다.

신규 입국자들이 탄탄한 투자와 함께 골프 연습을 늘리면서 골프 이용료가 치솟고 있다. 싱골프 서비스(Singolf Services Pte) 중개업자 통계에 따르면 싱가포르 해협이 내려다보이는 민간 센토사 클럽의 외국인 회원권 비용은 2019년 말 이후 88만 싱가포르달러로 2배 이상 올랐다. 그것은 그 기간 동안 약 2% 하락한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실적을 쉽게 추월한다.

매들린 추(Madeline Choo) 액티브골프서비스 Pte 매니저는 “팬데믹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엄청난 수요가 보인다”며 “그들은 싱가포르에 아주 오래 머물 생각으로 회원권을 사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싱가포르에 새로 기업을 설립하는 기업가들이 2018년경 중국 스타트업 명사들처럼 있다. 틱톡의 바이트댄스 설립자 장이밍, 암호화폐 거물인 우지한, 온라인 교육 벤처캐피털 VIPKid 설립자 신디 미 등이 싱가포르를 자주 방문해 사업기회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싱가포르를 제2의 고향으로 부르는 기존 중국 경영진들도 많다. 핫팟 제조업체 하이딜라오 인터내셔널 홀딩의 공동 창업자인 션 시(Sean Shi)는 지난 9월 방갈로에 5000만 싱가포르달러를 투자했고, 포선인터내셔널 공동창업자 량신쥔은 패밀리 오피스를 세웠다.

오렌지 티 앤 타이(Orange Tee & Tie Pte)에 따르면 중국인들은 이제 말레이시아인들이 구입한 수의 두 배가 넘는 932채를 2022년 8월까지 사들이며 국내 최대 콘도 구입 국가가 되었다.

2018년 가장 최근에 싱가포르로 이주한 NGC 벤처스 창립 파트너 토니 구(Tony Gu)에 따르면, 일부 중국인들은 싱가포르가 홍콩보다 조금 더 안정적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은 계속해서 도시국가 싱가포르로 몰려들 것이라고 한다. 현재 싱가포르에 살고 있는 중화권 출신 구씨의 지인들은 4년 전 20여 명에서 수백 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그는 “우리 시대의 주제는 중국 기업가들의 해외 진출”이고 싱가포르는 최고의 발판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움직임이 반드시 중국이나 홍콩에 대한 지속적인 거부감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며, 중국의 정치에 대한 논평도 아니라고 말했다. 중국은 여전히 가치 있는 사업 중심지로 남아 있고 코로나 규제가 완화되면 다시 중국에서 사업을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중국 시 주석이 사람과 자본의 유출을 막으려 할지는 확실치 않다. 투자 이주 컨설팅 회사인 헨리 앤 파트너스(Henley & Partners)는 1만 명의 고액 자산가 집단이 올해 중국에서 480억 달러를 인출하려고 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 다음으로 한 국가에서 둘째로 많은 부와 인구 유출이라고 전했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해외로 이주하는 사람들에게 무관심해 왔다. 그들이 감시받고 공산당에 대한 비난을 하지 않는 한 말이다. 게다가 싱가포르는 서방 국가들보다 목소리가 큰 반체제 인사들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낮다.

94억 달러를 조달한 중국계 벤처캐피털인 치밍벤처파트너스의 게리 리셸 창업자는 “모든 상황으로 볼 때 중국 자금이 싱가포르로 흘러 들어가는 것이 멈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홍콩이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은 싱가포르가 지역 조세회피처”라며 “이 추세는 의도치 않은 모세로서 시 주석에게 강력한 엑소더스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GlobalEconom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