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조문 올시간에 대책 세워야” 쓴소리도… 서울시청 일대선 2만여명 규모 추모 촛불집회
이태원 핼러윈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정부의 책임을 묻는 촛불집회가 서울 시청역 인근에서 열렸다. 국가 애도기간 마지막날인 5일 촛불승리전환행동과 시민들은 시청역 인근부터 숭례문교차로까지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을 진행했다.
이날 집회에는 가톨릭·불교·원불교·개신교 등 종교단체 인사와 참사 당시 현장 목격자, 세월호 참사 유족 등이 참석했다. 주최 측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2만여명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토요일 5일 오후 서울시청 일대에선 진보 성향 시민단체 ‘촛불행동’ 주최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시민촛불’ 모임이 열렸다.
그동안 주말마다 윤석열 정부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해오다 이날은 추모의 촛불을 들었다.
시민들은 저마다 ‘국민들이 죽어간다, 이게 나라냐’, ‘얘들아 미안하다’, ‘퇴진이 추모다’ 등의 문구가 적힌 종이 팻말과 촛불을 들고 시청역 7번 출구 인근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옷에 ‘근조’라고 적힌 검은 리본을 단 사람도 많았다.
일부 시민은 질서 유지를 위해 현장에 배치된 경찰에 “그날은 왜 이렇게 안 했냐”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인천에서 왔다는 김모 씨는 “사전에 적극적으로 안전사고에 대비했으면 희생자들이 없었을 것 아니냐”며 “일선 경찰의 잘못으로만 돌릴 게 아니라 지휘부, 나아가 정권까지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질타했다.
주최 측은 오후 5시 기준으로 집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인원을 2만 명 가량으로 추산했다.
촛불행동에 대항해 도심에서 맞대응 집회를 해온 보수단체 신자유연대도 이날은 삼각지역 10번 출구 인근에서 희생자 추모 집회만 진행했다.
5일 오전 서울시청 광장 분향소. 국가애도기간 마지막 날이자 토요일인 이날도 이른 아침부터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초겨울에 버금가는 쌀쌀한 날씨 속에 저마다 두꺼운 외투나 점퍼를 차려입고 옷깃을 여미며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의 명복을 빌었다. 제단 앞에 목도리 혹은 모자를 벗어 바치는 이도 있었다. 공식 애도기간의 종료를 앞두고서인지 분위기는 더욱 무거웠고 엄숙했다.
전날 아들을 잃은 한 유족이 내동댕이친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의 근조화환은 이날 새로 마련돼 같은 자리에 놓였다.
대학생 유모(24) 씨는 “왜 그랬는지 그 마음이 그려진다. 어떤 부모여도 그러고 싶었을 것 같다”고 했다.
분향소 현판 문구가 ‘이태원 사고 사망자’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로 바뀐 것도 눈에 띄었다. 서울시는 돌아가신 분들에 대한 추모의 의미로 전날 밤 분향소 문구를 교체했다고 한다.
분향소에서 만난 시민들은 이번 참사가 막을 수 있었던 ‘인재’였다며 한목소리로 정부를 성토했다.
최근 언론을 통해 쏟아지는 경찰의 부실 대응 정황은 시민들의 마음을 특히 무겁게 한다. 더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경찰 등 관계기관을 향해 분노와 답답함을 표출하는 이도 많았다.
홀로 분향소를 찾은 50대 소모 씨는 “대응할 시간이 분명 있었는데…”라며 “같은 부모의 마음에서 얼마나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대학생 딸과 함께 온 오경숙(51) 씨도 “대통령을 비롯해 주요 인사들이 조문하러 올 시간에 수습하고 대책을 세우는 게 낫지 않나 싶다”라고 쓴소리했다.
그러면서 “제 딸이 그날 이태원 가겠다고 했으면 저도 그냥 보냈을 것 같다. 남 일이 아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촛불집회’ 춘천서 열러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 전주 촛불집회
참사 후 일주일이 지났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충격과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한국으로 여행 온 독일 거주민 김효주(40) 씨는 “참사 당일 저희도 다른 도시에 있지 않았더라면 이태원에 갔을 수도 있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분향소를 찾아왔다”고 침통함을 표현했다.
최순례(77) 씨는 북받치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목에 두른 스카프로 연신 눈물을 닦아냈다.
그는 “대학생 손녀딸이 ‘나도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얘기를 한다. 일주일 내내 잠을 못 잤다. 가슴에 뭐가 박힌 것처럼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했다. <(c)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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