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조 흰머리수리, 절반가량이 ‘납 중독’

송현수 / JIKS 10

미국 국조인 흰머리 독수리 개체의 절반이 납에 중독되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 등에 소속된 연구진은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캘리포니아와 플로리다주를 포함한 38개 주의 독수리들을 연구해왔다.

그들은 해당 지역에서 채취한 흰머리 독수리 1,210마리의 혈액, 뼈, 깃털, 간 조직 등을 분석해 독수리들이 납 성분에 노출되어 있는지 확인했다.

연구진은 조사한 흰머리 독수리 중 46%의 뼈에서 해로운 수준의 납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특히, 납 노출은 사냥철인 가을과 겨울에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납은 적은 양으로도 독수리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 독수리의 균형 감각과 체력을 저하해 사냥과 번식 능력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양의 납에 노출된 독수리는 발작과 호흡곤란 등의 증상을 나타낼 수 있으며, 심각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연구진은 흰머리 독수리가 탄약과 낚시 도구 등의 납에 의해 오염된 먹이를 먹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들은 사냥꾼이 남긴 동물 사체를 자주 먹는데, 이때 사체 안의 총알 파편을 간접적으로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의 주 저자인 빈스 슬래브 박사는 “연구 결과가 사냥꾼을 폄하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라며 “다만 더 많은 사냥꾼들이 자발적으로 구리 총알과 같은 무연 탄약으로 전환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납은 주변 환경에 존재하며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이 독수리들에게 영향을 미친다”라며 “핀 끝 크기의 납 조각도 독수리에 치명적일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 결과, 납 중독의 영향으로 흰머리 독수리의 연간 개체군 성장률은 4% 저하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사냥 및 독약 등으로 멸종위기종이었던 흰머리 독수리는 국조를 지키려는 미국인들의 노력으로 2007년 멸종위기종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높은 납 노출 수준이 여전히 흰머리 독수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납 농도가 기후 위기 또는 전염병 등 미래에 마주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한 회복력을 감소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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