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의 광물 수출 제한이 계속될 수 있어,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국내 기업의 전략적인 현지 투자가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3일 이런 내용을 담은 세계경제 포커스 ‘최근 인도네시아의 주요 광물 수출 중단 조치의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국내 발전용 석탄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1월 한 달간 석탄 수출을 중단했다. 인니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 석탄 수출 가격이 올라 현지 생산 업체들이 수출에 주력하며 국내 공급이 크게 줄자 수출을 막았다.
인니 정부는 지난달 11일에는 2022년 보크사이트, 2023년 구리 수출 중단 계획을 발표하며 국제 광물 시장에서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인니는 동남아의 대표적인 자원 부국이다. 2020년 기준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니켈은 인니가 세계 최대 수출국이다. 석탄과 보크사이트는 2위, 구리는 6위 수출국이다.
그동안 인니의 주요 광물 생산량은 계속 늘어왔다. 코로나19 영향으로 2020년에는 일시적으로 생산이 둔화했지만,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발생 이전 수준으로 반등했다.
특히 니켈 생산은 전기차 시장의 세계적인 성장에 힘입어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원광 수출이 금지된 2020년에는 생산량이 소폭 감소했지만, 2021년에는 2019년 수준으로 회복됐다.
인니의 광물 수출은 2009년 제정된 ‘신광업법’의 수출 제한 조치에 따라 시기별로 등락이 심했다.
신광업법은 광물 수출업체에 제련소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다. 대다수 업체가 제련소 구축 의무를 충족하지 못해 수출 제한과 허가가 반복돼왔다. 특히 2014년부터 수출량이 급감했고, 이후 업계와 정부 간의 협의를 통해 2017년부터 한시적으로 수출이 재개됐다.
보고서는 최근 현지 정부가 보크사이트, 구리 수출 중단 계획을 발표하며 주요 광물에 대한 수출 제한이 재차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주요 광물에 대한 인니 정부의 수출 규제 범위가 지속 확대되는 추세에서, 외국인 투자자에 대한 지분 제한 조치로 ‘자원민족주의’라는 비판도 불거진 바 있다.
인니 정부는 2020년 신광업법 개정을 통해 기존 ‘제련소 보유 외국인투자자에 대한 49% 초과 지분 보유 허용’ 조항을 삭제하고, 외국인투자자 지분 비율을 49% 이하로 제한했다.
이런 가운데 보고서는 석탄의 경우 인니 내 발전용 물량이 확보돼 수출이 안정화될 것으로 봤다. 다만 인니 정부가 수출 제한 계획을 밝힌 보크사이트, 구리 등에 대한 공급 부족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다만 한국은 보크사이트의 경우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고, 구리 수입에서도 인니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은 편이다. 인니의 수출 중단으로 인한 직접적인 공급 중단 우려는 낮은 셈이다. 그러나 국제 광물 가격 인상으로 인한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인니 정부가 신광업법에 따른 광물 수출 제한과 하류 부문의 개발을 지속 추진할 것으로 보여, 다수 기업이 경쟁적으로 현지 투자를 늘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다수의 완성차 업체가 최근 안정적인 원자재 확보, 거래 비용 감축을 위해 전략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폭스바겐과 테슬라는 현지 정부와 투자 관련 협의 중이며, 현대자동차와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생산시설 구축을 진행 중이다.
보고서는 인니의 주요 광물 수출 제한 조치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이런 움직임이 다른 광물 생산국으로 확대될 경우를 대비해 공급망 다변화와 전략적인 현지 투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정부와 유관 공기업은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해 주요 광물 생산국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주요 광물의 공급 관련 대화·협의를 지속하고, 수입선 다변화도 준비해야 한다고 봤다.
보고서는 또한 “기업들은 분야별 시장 상황을 고려해 해당 국가로의 투자 진출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는 전략을 채택할 수 있다”며 “필요에 따라서 상류 부문까지 투자를 확대해 보다 안정적으로 공급망을 구축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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