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차게 뛰어오르는 동남아 유니콘 기업들

동남아시아 온라인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노린 스타트업들의 성장도 두드러지고 있다. 시장 내 잠재력이 크게 인정받으면서 자금도 빠르게 흘러들어오고 있다. 동남아시아의 재벌들은 디지털 전환 흐름에 발맞춰 스타트업들을 주목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편의점 체인 세븐일레븐 소유주로 유명한 태국의 CP그룹이 태국 전자 결제업체 스타트업인 ‘어센드머니(Ascend Money)’의 시리즈 C 펀딩을 주도했다고 전했다. 필리핀 최대 전력회사 마닐라일렉트릭을 산하에 두고 있는 JG서밋홀딩스 역시 남아프리카의 디지털 은행인 타임에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현금과 지원이 필요한 스타트업 투자에 재벌들이 뛰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수익성에 대한 확신이 담보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액셀러레이터 기업인 플러그앤플레이 숀 데파나 부회장은 블룸버그에 “이러한 대기업들은 이제 스타트업들의 혁신을 가속하기 위한 기둥이 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성장 가능성이 높은 스타트업들은 주식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8월 15일(이하 현지시간) 인도네시아의 4대 유니콘 기업 중 하나인 부칼라팍은 인도네시아 증권 시장 데뷔 첫날 25% 급등하며 화려한 시작을 알렸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부칼라팍은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인 15억 달러(약 1조7800억원)를 모금했다. 부칼라팍은 인도네시아를 기반으로 한 전자상거래 기업이다.

블룸버그는 올해 상반기 동남아시아 기업들이 IPO를 통해 49억 달러를 유치했다고 지난 7월 28일 밝혔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기 전인 2019년 상반기와 비교했을 때 50% 늘었다. 이에 새롭게 상장된 동남아시아 기업들은 거래 첫달 평균 59%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기대에 답했다.

코로나19 이후 동남아시아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세계 전역의 투자자들은 동남아시아 스타트업들을 주시해 왔다. 특히 올해 상반기 기준으로 안정기에 접어든 기업들을 대상으로 시리즈C 단계 이상에서 투자한 경우는 10% 미만에 그쳤다. 동남아시아 기업들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초기 단계에서 점점 더 과감한 투자를 집행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로 동남아시아 지역의 인터넷 경제 발전은 놀라운 수준이다. 동남아시아 주요 6개국(△베트남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의 인터넷 경제 규모는 2025년 3090억 달러까지 증가해 2019년 기록한 1000억 달러의 세 배 규모로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인터넷 사용자 역시 2019년에서 2020년까지 한 해 동안에만도 4000만명이 늘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과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 베인앤컴퍼니, 구글은 이 지역의 성장성에 주목하며 작년 공동으로 제작한 ‘e-Conomy SEA 2020’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자료를 밝혔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동남아시아의 스타트업들은 열심히 몸집을 불려 나가고 있다. 딜스트리트아시아는 2021년 현재까지 동남아시아 내 19개의 스타트업이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 평가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자금이 몰려드는 가운데, 최근 동남아 스타트업 중에서는 특히 플랫폼 기업들이 주목을 받고 있다. 주식거래를 비롯해 중고차 경매, 중고거래 사이트 등은 가파른 사용자 증가를 기반으로 투자자들에게 눈도장을 찍는 데 성공했다.

동남아 휴대폰 주식거래를 책임지는 Ajaib
주목할 만한 기업들 중 하나는 인도네시아의 아자입(Ajaib)이다. 지난 2018년 설립된 온라인 주식거래 플랫폼인 아자입은 설립한 지 2년반 만에 일본 소프트뱅크를 비롯해 홍콩 갑부 리카싱의 호라이존벤처스, 인도네시아 벤처캐피털 알파JWC에서 올해 총 2억4300만 달러를 투자받으며 올해 10월 인도네시아에서 7번째로 유니콘 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고젝 △토코피디아 △부칼라팍 △트래블로카 △오보 △젠딧에 이어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인도네시아 주식 투자자들은 크게 늘었다. 2020년 기준 인도네시아 주식거래소에 등록된 투자자 수는 전년 대비 56% 증가하며 388만명을 기록했다. 밀레니얼 세대의 유입으로 2016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아자입 홈페이지는 현재 아자입 가입자 수가 103만명에 달한다고 밝히고 있다. 인도네시아 주식 투자자 4명 중 한명꼴로 아자입을 사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아자입은 거래 앱 출시 당시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에서 80개 증권사 중 79등에 머물렀지만, 이용 편의성 등에 힘입어 3등까지 올랐다.

앤더슨 수말리 아자입 공동 창업자이자 CEO는 성명을 통해 유치 받은 자금을 “인재를 고용하고, 새로운 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인도네시아에서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국민은 전체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수말리 CEO는 닛케이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증가한 소매 투자자들은 “투자의 중요성과 이익에 대해 이해하는 세대의 시작”이라며 “아자입은 투자자들이 적절하고 책임감 있는 방법으로 투자를 즐길 수 있도록 이러한 책임을 신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동남아 최대 중고차 경매 사이트 카썸
지난 9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 본사를 둔 인터넷 중고차 경매 사이트인 카썸(Carsome)은 마지막 펀딩에서 1700만 달러를 끌어 모으며 기업 가치를 13억 달러로 끌어올리고 명실상부한 말레이시아 최대 유니콘으로 자리 잡았다. 말레이시아 정부 펀드인 펜자나캐피탈을 비롯해 AP 공급업체인 대만 미디어텍 등이 펀딩에 참여했다.

카썸은 지난 2015년 자동차 비교 사이트로 처음 운영을 시작한 뒤 현재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등 4개국으로 시장을 넓히며 동남아시아 최대 인터넷 중고차 경매 사이트가 되었다. 설립 이후 사이트에서는 총 440만대 이상의 자동차가 거래됐다.

카썸 측은 펀딩을 통해 조달한 금액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사업을 확대하기 위해 사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포브스는 카썸이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캣차 그룹(Catcha Group)과 함께 호주에 상장된 라이벌 기업인 아이카 아시아(iCar Asia)를 2억 달러에 인수하려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켄리서치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중고차 시장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총 거래액 기준 매년 4.5% 성장해 왔다. 이에 카썸을 비롯해 다양한 경쟁기업들이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주요 경쟁기업 중 하나는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카로’다.

카로는 지난 6월 소프트뱅크를 비롯한 기업들에게서 3억6000만 달러를 투자받은 뒤 중고차거래 플랫폼으로는 처음으로 동남아 유니콘 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2016년에서 2019년까지 연간 422% 성장률을 기록하며 무서운 속도로 커 나가고 있는 카로는 최근 싱가포르에서 처음으로 구독형 자동차 서비스를 시작하기도 했다.

동남아시아 당근마켓 캐로셀
지난 2012년 중고품 거래 플랫폼으로 처음 시작한 캐로셀은 현재 중고 제품 외에도 자동차, 부동산, 구인구직까지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를 중개하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지난 9월 한국 사모펀드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의 1억 달러 투자에 힘입어 총 기업가치가 11억 달러로 평가받으며 유니콘 기업으로 올라섰다. 캐로셀은 일본 최대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 세쿼이아, 한국의 네이버 및 NH투자증권 등에서 투자를 받아 왔다.

퀵 시우 루이 캐로셀 공동 창업자는 성명을 통해 “디지털 가속화가 캐로셀에게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취급하는 상품 및 서비스를 늘리고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적 인수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캐로셀은 10월 동남아시아 운동화·스트릿웨어 거래 플랫폼인 옥스 스트릿을 인수했다. 더구루는 캐로셀이 옥스 스트릿의 자체 인증 시스템과 스트릿 패션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크게 샀다고 밝혔다.

한국의 당근마켓처럼 모바일 앱을 우선시하는 전략으로 시작한 캐로셀은 이용 편의성에 힘입어 월 평균 활성 사용자 수가 4000만명에 육박하는 대형 플랫폼으로 커왔다. 스틱인베스트먼트 측은 캐로셀은 수년간 연평균 20%의 높은 매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으며, 동남아 지역에서는 페이스북과 이베이 등 글로벌 전자상거래 플랫폼에 비해서도 높은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ajunews>